2020 제 5집

산에 오르다

서문섭 2024. 9. 25. 10:58

산기슭 서성이는 구름 내려다보고

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대답이 없네

산등성 한 가슴 품어보려 하였으나

산이 나를 바위에 눕히고

큰 산 품겠다는 호기를 벗기네

 

품을 수 없는 것이 이것 뿐이든가

발아래 밟아 두었다고 내 것인가

이제야 푸름 가득 하늘을 마시니

그리운 얼굴들이

세월의 모퉁이를 돌아가네

 

산 등성에서 만난

무등 태워 주시던 아버지

우거진 숲 아늑한 골짜기에서

사랑으로 다가오시던 어머니

험한 길 주저 없이 손잡아 주던 친구들,

 

보고픈 이름 하나 태우지 못한 부실한 등

주마등 스치는 것마저 품지 못한 비좁은 가슴

누굴 위해 내밀 수 없는 연약한 손이

시간을 스쳐서 지나간 몸짓 추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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