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서성이는 구름 내려다보고
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대답이 없네
산등성 한 가슴 품어보려 하였으나
산이 나를 바위에 눕히고
큰 산 품겠다는 호기를 벗기네
품을 수 없는 것이 이것 뿐이든가
발아래 밟아 두었다고 내 것인가
이제야 푸름 가득 하늘을 마시니
그리운 얼굴들이
세월의 모퉁이를 돌아가네
산 등성에서 만난
무등 태워 주시던 아버지
우거진 숲 아늑한 골짜기에서
사랑으로 다가오시던 어머니
험한 길 주저 없이 손잡아 주던 친구들,
보고픈 이름 하나 태우지 못한 부실한 등
주마등 스치는 것마저 품지 못한 비좁은 가슴
누굴 위해 내밀 수 없는 연약한 손이
시간을 스쳐서 지나간 몸짓 추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