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은 초가을에 피며 색은 하얗다
열매가 익은 후 사람들은 그것을 거둬들여
애벌방아를 찧고 메밀나깨를 거르는데
그렇게 하면 메밀가루가 하얀 가루로 드러나게 된다
옛날에는 메밀에 대한 전설도 많았다
어떤 청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며
기나긴 밤을 하얗게 새웠다는 메밀밭 이야기가 있었고,
메밀밭 물레방앗간에서 사랑의 꽃을 피웠다는 말도 있었다
이제는 메밀밭도 물레방아도 다 사라져간다
메밀묵 사∼려 를 외치는 소리도 가물가물해졌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종합 운동장 맞은 편
메밀국수 집에서 사라져가던 메밀을 만났다
예전에 짝사랑 했던 첫사랑을 만난 것만큼이나 반가웠다
메밀은 성질이 차다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힌 효과도 있으며
여름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과
습기가 많은 사람이 먹으면 몸이 가볍고 기운이 난다고 한다
필자는 오늘 메밀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와서 메밀국수를 먹겠다며 차례를 기다리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몰려 줄을 서야만 하며
차례를 기다려야 겨우 한 그릇 맛볼 수 있는 곳인가 싶다
기다리는 시간이 수월찮은데도
모든 사람들 전혀 지루함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물론 메밀국수를 파는 집이 어찌 이 집 뿐일까?
다만 맛 때문이라 하겠는데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렇게 사람이 많이 찾는 이유를 알 바 없을 것이다
메밀칼국수 한 그릇을 시켰는데
반찬이 일곱 가지나 딸려 나온다
나물 호박무침 김치 무채 겉절이 등 반찬이 하나같이 깔끔하다
메밀묵은 뽀얀데 메밀국수는 까무잡잡하다
메밀껍질까지 같이 볶아서 이런 색깔이 나왔단다
육수는 심심한 듯 몸에 좋은 느낌이다
무엇으로 육수를 우렸는지 몰라도 깔끔하면서도 시원하다
대식가라도 더 시킬 필요가 없을 만큼 양도 푸짐하다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땜에 오래 앉아서 먹는 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그렇다고 서둘 필요도 없다
천천히 먹어도 퍼지지 않으니 말이다
해물칼국수도 나온다
취향에 따라 시켜 먹되
홍합과 바지락이 들어있는 진한 맛도 맛볼 수 있다
먹기에도 푸짐한 양이지만 밥은 달라면 무한정으로 주며
해물칼국수를 먹고 난 뒤 밥을 말아 먹으면
꼭 보약을 먹는 느낌이란다
이렇게 많이 팔아서 어디에 다 쓸까?
종업원의 수 도 엄청 많아 보인다
봉급을 주고 남은 돈으로도 한 달에 빌딩 한 채씩 쌓아도 되겠다
오장육부까지 시원함을 느끼다 보니
역시 몸에 좋긴 좋나보다
이번 여름엔 자주 찾아와 먹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