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영남 알프스 간월산에서 (5월)

서문섭 2019. 6. 27. 12:07

간월산에서 (5)

 

보일 듯, 잡힐 듯, 신기루 같은 삶의 희망을 바라보며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길을 걸으니

가끔은 운무에 에두른 길을 걸어갈 때도 있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햇살을 먹고 깨어나는 생명의 기지개소리로

숲이 몸을 흔들어 빗발을 털어대는 듯한

퇴화된 날개 펄럭여 마치 한 마리 새처럼...

그 안개는 천천히 몸을 뒤채이곤 한다

비가 그치고 운무에 쌓인 간월산을 찾았다

우리 나라에는 환상적이고 유명한 산들이 여러곳에 있다

이렇듯 아름답게 초록으로 수놓은 명산들이 많은데

거기에 조금도 주눅들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당당한 초여름의 산행지라 할 수 있는 곳이

다름아닌 간월산이다

영남 알프스라 칭하는 세 산에 속해 있는데

가지산과 신불산 그리고 간월산이란다

작천정을 지나 자수정 입구에 있는 간월산장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택하였는데 이 구간은 유난히 돌이 많다

그리고 참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산목련나무와 신갈나무 편백나무등

무려 셀 수 없는 나무들이 종류별로 산을 메우고 있음을 보게 되는 곳이다

신나게 내리던 비가 정오를 기해 그쳤다

습도가 높고 안개도 자욱해 호흡을 하기엔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운치만은 그저 그만이다

잠시 쉬어가는 발걸음에 시야를 사로 잡은 게 홍류폭포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다 했던가

봉우리 봉우리 성같은 산등성으로도 모자라

마치, 여자가 나신으로 누어있는 것 같은 모습의 형태와

생리를 쏟아내는 듯 보인 계곡의 물줄기를 보며

우리는 신비로운 신의 창조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여느 푸르디푸른 여자를 바라다보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간월산은 보통 배내제에서 산행을 시작하나

내리는 비로 인해 코스를 가까운 자수정 온천쪽으로 잡았다

자수정 입구에서 출발하여 약 30분을 오르니

홍류폭포와 칼바위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어지는 길은 전망대와 추모비가 새워져 있는 곳을 보게되며

돌탑과 간월제로 향하는 포장도로도 보인다

꾸불꾸불 은근한 오르막 길이 한 50분 이어진다

아무래도 능선을 바로 치고 올라가는 A팀을 따를 방도가 없다

오기로 능선을 따라 올라서게 되면 숨 돌릴 틈이 없지 않을까~

하는 수 없이 이렇게 유유자적 포장길이라도 걷는다면

잡념이 사라지고 무릎과 발 둘 자리에 신경이 덜 가겠다

사실 이런 산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보통의 산들은 오르는 길을 편한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름길이라도 평탄한 길이 많다

오직 산 정상을 고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월제에 가까워지자 길이 가파르긴 하나

하늘을 향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줄여간다

단풍취가 꽃 같다

먹을 수 있는 야생초라서 인 지 더 정겹다

간월제에 올랐나 했더니 바로 안개가 나를 에두르는데

마치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든다

산을 휘감는 운무가 장관이다

이상 저온과 급 고온으로 꽃이 잠깐 움찔했겠지만

삼라만상의 기운은 어쩔 수가 없다

희귀한 식물들과 꽃봉오리는 여름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높은 산등성에서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산길이 아득하다

좌우로 수목이 봄빛을 받아 푸르고

높이가 주는 아름다움이 멋으로 다가선다

정상까지는 2시간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간월산에 정상석이 새로 솟아 있는 간월산 정상이다

봉우리가 하늘로 치솟는 불꽃 같아서

이곳이 과연 선경인가 아니면 천경일까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선녀와 신선만이 놀다 가는 곳이라면

나도 여기에 섰으니 간월산에 어울린 자연의 일부가 아닐까

나와 하나가 됐으니 나 역시 신선이다라는 생각이다

짙은 안개비와 는개비땜에 보이진 않지만

정상에서 너머보면 가지산과 신불산이 잘 보인다고 한다

이 산들은 왜 이런 이름을 붙혀 불리우는 산일까?

좋은 이름인지 어떤 뜻으로 가득한 이름인지

아니면 무엇을 닮아서인지 모른다만

다만 나에게 가장 행복한 것은 내가 이 산에 와 있다는 것이다

정상에서 다시 오던 길 쪽으로 향한다

일단 안부로 내려서니 지름길로 가는 길이 열린다

굳이 종주할 일이 없는 사람은 원점회귀 산행을 해도 좋겠다

계곡이 있는 우측으로 내려서니

전을 짖고 막걸리를 파는 한 아낙이 호객행위를 한다

서둘렀던 길은 이제 평탄하다

한 음식점에서 취음을 내는 소리가 요란하고

노래방 기기에 맞춰 세상이 막 돌아간다

편백나무 피톤치드가 사람을 지나며 몸을 씻는다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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