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편(修正篇)

가을 날의 기도

서문섭 2019. 11. 5. 22:24

가을날의 기도

 

이름 없이 흔들리는

들풀 하나를 위해서라도

주님, 서두르지 마소서

아직 덜 익은 영혼

젖은 이슬이 부족할 뿐입니다

작은 씨앗

생명의 입 열 때까지

풀잎 한 포기 포기에

습한 수기水氣 머물게 하시되

열매 알알이 영글어지게 하소서

온땅 가득한 푸르름

삭풍에 여위어가도

불모의 땅 일구는 영혼

기쁨으로 노래하게 하소서

불타는 가을

이별의 만찬만은

외롭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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