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편(修正篇)

옛것을 벗어버리고

서문섭 2019. 11. 5. 22:37

 

표현*標然히 지나고 있습니다
함께 걸었던 길 위
어깨에 매달리는 낙엽도
석양이 가슴 찢어
하늘에 선혈을 뿌렸습니다
소슬바람에 한 줄기 연기도 없이
타오르는 나무 아래
붉은 입술이 뒹굴고
머리가 희여진 억새 풀들이
이별의 *세마포를 입고
바람에 버성대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의 채찍으로
옛것을 벗어버리고
새 생명으로 덧입는 계절 꿈꾸며
들을 건너 흐르는 강물에
기러기 가을을 물고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標然=표할표 인연연
*세마포=가는 삼실로 짠 매우 고운 배 (細麻布), 가는 배
 
에배소서 4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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