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더러는 좋은 땅에

서문섭 2019. 11. 5. 22:30

 땅이 바다를 가르며

이산 저산 손을 잡고
둑이 만들어졌습니다
바닷물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오랜 날 햇볕에 말리어
소금이 되자
황새 두루미 내려왔다가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담수지가 없어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염기를 빼고
좋은 흙 실어다가
개토로 일군 옥토
황금빛 출렁이는
가을이 있었는데
기후변화로 생긴 태풍에
둑이 깡그리 무너져
염분에 농사를 망쳤습니다
비를 자주 받을 수 없는
농부는 쇠약해지고
추수한 알곡 모아둔
십자가 등불 켜진 곡간에는
가라지도 있었습니다
다시 하늘이 무너지고
눈물이 바다를 덮으면
그때는 낫을 들고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마3;12  마13;8   마13;25

 

'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는 성은  (0) 2019.11.05
하늘로부터  (0) 2019.11.05
두 길  (0) 2019.11.05
눈사람  (0) 2019.11.05
전통의 화살  (0) 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