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내가 사는 성은

서문섭 2019. 11. 5. 22:39

내가 사는 성은 높고 견고한 성벽

언제나 왕이 있어
하얀 깃발 높이 휘날리며
아침저녁 평화의 나팔소리
울려 퍼지는 곳

숲속의 새들 푸른 하늘 날아오르고
다정한 호수에 토실한 사슴가족
그림자가 일렁이면
거북이 짧은 목 길게 빼고
한 백년 느릿한 기지개 펴는

아침이슬로 단장한 머리
신랑인 양 막 솟아오른
햇살에 방긋 웃으면
잠을 깬 나비
실바람 위에 앉아 나들이 가는

착한 해님이 동네 한 바퀴 다 돌면
송아지 어미 찾아 마중 나오고
밥상 짊어진 농부의 지게 위에
노을이 앉아 감사의 만찬이 익어가는

내가 사는 성은 높고 견고한 성벽
언제나 왕이 있어 하얀 깃발 휘날리고
예배당 첨탑 사닥다리로
하늘이 내려와 사는 곳

시편 18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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