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하늘로부터

서문섭 2019. 11. 5. 22:34

지금,

꽃잎 자락 펄럭여 깨운 바람은
나뭇가지 끝에서 울부짖으며
마음 모롱이에 서성이던
그때 그 바람이었소
잠 못 이루는 밤
창문을 흔들어대며
돛 올려 배 떠나게 하듯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게 하던
그때 그 바람이었소
뜨거운 바람이었소
세상을 불 질러 버릴
꽃들이 불타는 바람
불 바람이었소
맞바람 뒤바람
옆바람 습한 바람도
살아남지 못한 바람이었소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가슴에 살아 있는 숨 바람
태워져 한 줌의 재가 되어도
잿가루 뒤집어쓰고
춤을 추는 바람이오 

 사도행전 2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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