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을(물위를 걷다)

지리산 피아골에서

서문섭 2019. 11. 6. 10:51

 

 

들뜬 녹음소리가

독경소리와 함께 산야에 퍼진다

푸욱 빠진 부토 에돌아가니

인기척에 놀란 다람쥐가

바위틈으로 얼른 숨는다

오르내리는 낯선 사람들

스스럼없는 인사말에

녹음방초 색깔 짙게 드리우고

허리 굽은 노송은

햇볕 한 줌 더 받으려

저리 하늘 향해 손 벌리는가

 

홀로 굽은 산 아래

묵묵히 바라보고 서서

무슨 생각 그토록 잠겼을까

그 많은 세월 동안...

 

몰아쉬던 숨 고르고

약수터에 발길 멈춰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물맛,

얼른 표현할 언어의 궁색함에

흐르던 땀이 싹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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