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성스러운 몸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
심한 통곡을 하더라고요
지금의 나
잎도 피우고 꽃도 피웠지만
피워야 할 일 왜 그리 또 많은지
빈 들녘 바람 스치는
열매 없는 나무로만 무성할 뿐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덧없는 세월 앞에서
어느덧 백발이 서려지고
가뭄에 갈라터진 논바닥처럼
몸뚱어리는 주름이 깊어갑니다
몇 올 머리카락
세월이 하얗게 바래지는
저물녘 이르는 강가에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활개 치는
은폐된 공간에 깊숙이 들어와
중얼중얼 혼잣말로 불러봅니다
어머니!
오늘따라 왠지
양 다리가 무겁게 보이네요
축 쳐진 어깨 너머로
카랑카랑했던 어머니의 음성이
자꾸만자꾸만 귓전에 밀려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