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어머니 죄송해요

서문섭 2019. 11. 9. 09:29

당신의 성스러운 몸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

심한 통곡을 하더라고요

 

지금의 나

잎도 피우고 꽃도 피웠지만

피워야 할 일 왜 그리 또 많은지

빈 들녘 바람 스치는

열매 없는 나무로만 무성할 뿐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덧없는 세월 앞에서

어느덧 백발이 서려지고

가뭄에 갈라터진 논바닥처럼

몸뚱어리는 주름이 깊어갑니다

몇 올 머리카락

세월이 하얗게 바래지는

저물녘 이르는 강가에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활개 치는

은폐된 공간에 깊숙이 들어와

중얼중얼 혼잣말로 불러봅니다

 

어머니!

오늘따라 왠지

양 다리가 무겁게 보이네요

축 쳐진 어깨 너머로

카랑카랑했던 어머니의 음성이

자꾸만자꾸만 귓전에 밀려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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