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동백꽃

서문섭 2019. 11. 9. 11:13

 

비수에 꺾인 목

낭자한 선혈

치렁한 잎 새 사이로

달랑달랑 위태로웁다

주저앉은 동백섬에

벌어지고 피고를 거듭하니

앞 다투는 봄을 연다

무채색 겨울을 점령한 온기

야금야금 예쁜 자태로 반기어든다

피면 아름다워 보기에 좋고

지면 봄을 부르기에 슬프지 않다

떨어지는 꽃 서럽다 아니할까 만

봄 기다리는 마음 땜에

그 서러움마저 반가운 게 아닌가

미끈미끈한 수피

꾸불꾸불한 수형

멋을 짜깁기 하여서

겨울의 백미이다

봄이 서러워 통째로 낙화한 꽃

한 몽우리 쥐어들고

누군가의 동백아가씨 노래를

힘차게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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