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노약자 지정석

서문섭 2019. 11. 11. 11:35

 

 

겨울 새벽 전동 첫차

낡아 닳은 포대 자루 구겨져 있는 몸짓이

*칠호선 쯤 의자에 앉아

*시속 십만 칠천 킬로미터로 날아가고 있다

출입문 곁 노약자 지정석

바늘처럼 찔러오는 냉기가

검은 외투 깊이 눌러쓴 모자 속으로

문이 열릴 때마다 가슴 후벼파고

퍼 담아도 자꾸만 빠져나가

채울 수 없는 빈 마음으로

천지 사방 휘돌아다니던 저 바람

세월의 강에 떠내려가다

환승할 횟수 지나고

잠시 후 종착역 심장의 종이 울리면

저 세상으로 보내질 택배

노약자 지정석 그 마지막 자리

새벽에도 해가 지고별이 뜬다

 

*칠호선-70

*시속 십만 칠천 킬로-태양을 도는 지구 자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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