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갈대

서문섭 2019. 11. 15. 22:10

까끌까끌 날리는

사무치는 연緣을 붙잡고

어딘가에 마음 둘 곳 없이

한낱 허울이라는 것을 알기에

탈색할 겨울을 죽도록 잡아 틀며

갈꽃 허공을 박차고 오른다

포효하는 야성의 성난 파도처럼

길섶에 하늘거리면

흔들릴망정 꺾이지 않아

서걱서걱 비틀비틀 칼춤을 춘다

안달하며 속삭이는 바람결

먼 산을 기웃대는 동안

산이 안개를 벗어나 침묵을 하고

그 안개 천천히 길을 연다

나상의 춤사위 휘젓는

백포 갈대의 시율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고고한 하늘의 환희로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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