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교정편-
만물이 문을 활짝 열어 (열음) 여름인가
여름세상은 이토록 환하다
나지막한 지붕들이 이마를 맞댄 내 어린 날의 뒷골에서는
여름이 오면 집집마다 문을 시원하게 열어 한층 살가웠다
바람이 잘 드나들라고 창의 문짝을 아예 떼어내기도 했다
그때 툭 열린 통로를 타고 방안으로 와락 들어오던 게
햇빛과 바람뿐이었을까
환하게 밖과 소통하는 안을
반쯤만 가린 문 발이 바람을 적당히 받아드렸다
사람도 여름 땡볕에서 적당히 일하며 땀을 흘려야
겨울이 되어서도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봄꽃이 진 자리서 연하게 올라오는 나무 열매도
이렇듯 여름볕에 뜨겁게 익혀야 맛이 든다
나는 시골 출신이라 과일들이 나무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포장해 나온 상품들처럼 진열되어 있는 도시의 과일을 보아도
즉각 나무 위로 올려놓고
햇빛과 바람에 묻었던 시간을 연상하곤 한다
오늘은 필자가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우고기를 맛보러
오늘은 필자가 오랜만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우고기를 맛보러
언양과 경주 중간쯤에 소재한 외칠이라는 곳을 찾아왔다
정확한 행정구역 주소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 외칠리 4-5번지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호두나무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호도나무인가 해서 신기했다
호도의 기억은 기껏해야 동네 할아버지가 손바닥에
호도 두 알을 놓고 반질반질하도록 굴리시던 모습이나
대보름날 부럼으로 깨서 먹던 그런 거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호도라는 게 이렇게 큰 나무에서 열리는구나
입을 헤벌리고 올려다 봤던가
나이가 오래된 듯 키가 크고 가지 뻗음이 넓어
자유로운 기분을 일으키는 나무였다
연둣빛 호도열매가 익어가고 있을
연둣빛 호도열매가 익어가고 있을
이곳의 호도나무를 일부러 보러 온 게 물론 아니지만
어쩐지 견학 차원에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언양읍을 지나 잘 닦인 도로 주변으로부터
푸르게 우거진 갖가지 식물들의 숲길이 이어지는데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오르는 풍경이야말로
필자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한참을 가서는 오늘의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적막하지는 않고 조용하고 단아하다
음식점 안의 나무들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바쁜 일 하나 없이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도로변에 음식점들이 곳곳에 산재한데 주로 한우를 파는 집들이다
음식점 안의 나무 하나하나에 돌본 손길이 보이고
흙마당에는 자갈을 깔아 놓아 네모 선으로 모아진다
품이 너른 호도나무는 집으로 들어가는 뜨락에 서있다
품이 너른 호도나무는 집으로 들어가는 뜨락에 서있다
가지가 번창해 길 건너 있는 팽나무 가지와 만나 겹쳐진다
햇빛이 성큼성큼 맨발로 건너간 발자국처럼
호도나무 둥그레한 잎은 초록빛이 유난히 영롱하다
뾰족한 데 없는 수피가 반들반들 매끄럽게 생긴 나무다
그 사이로 또랑또랑 내다보는 호도열매도
연둣빛 새가 낳아놓은 새알 같이 보인다
이 열매는 뜨거운 여름볕에 녹갈색으로 익어가
선선해지는 추석 무렵이면 알밤처럼 벌어져 떨어진다고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호도를 바로 먹으면 얼마나 고소할까!
음식점에서 일하는 분께 그 맛을 물어보았더니
자기들에게는 차례가 많이 오지를 않는다는 대답이다
나무에서 호도가 떨어질 새도 없이
찾아든 손님들이 다 따가고 주인 차지는 얼마 안된다고 한다
호도나무는 한자漢字로 호도(胡桃)라 표하는데
호도나무는 한자漢字로 호도(胡桃)라 표하는데
열매가 복숭아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역사적으로 호도나무는 페르시아에서 맨처음 자생하였으며
실크로드를 통하여 가져와서는 중국으로 유입이 되었고
중국에서 또한 우리 나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대롱에 숨겨온것 처럼 말이다
땅이 깊고 따뜻한 곳이 호도나무 크기에 알맞다는 기록이 있는데
땅이 깊고 따뜻한 곳이 호도나무 크기에 알맞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곳 음식점 호도나무도 그런 기호와 여건에서 자라고 있을까?
한여름 낮에 굵은 땀방울같은 풋열매를 주렁주렁 달고서도
나무는 오히려 더 넓은 그늘을 깔아 그 아래 우리를 쉬게 하고 있다
호도는 껍데기가 단단하나 속은 달고 부드러워서
옛 성현聖現)의 품성에 견주어지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호도나무 아래서 먹는 한우의 맛은 성현이 맛보는 별미가 아니라
평범한 신선의 풍성에 잘 어울리는 달고 부드러운 맛,
그 자체의 일탈이고 싶어진다
*호두나 호도나 같은 말인데 호도가 더 맞다*
그렇다고 호두도 틀린말은 아니다
2011년 7월20일
산내면 외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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