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사스레피나무

서문섭 2019. 12. 6. 22:48

 

길을 가다가 어리바리하고 곰실거리는 강아지를 보면서

어린 것들은 왜 이리 이쁘지?

세상 모르는 것과 처음 만나는 햇것의 순한 눈빛을 보면서

검고 딱딱한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연한 새잎들 역시

이쁜 강아지를 표하는 거나 별반 다름이 없다할 것이다

봄은 이런 햇것들의 세상과 처음 만나는 눈빛으로 에너지가 가득하다

묵묵히 서 있던 나무들은 새잎을 내며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도 부지런한 사람이 있고 게으른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무도 깨어나는 순서에 따라 그 성품을 생각해 보곤 한다

모두들 분주하게 서두르는 옆 기운에 시끄러울 텐데도

미동도 없이 늦게까지 자고 있는 나무를 보며

그 우직함에 이런 태평인 친구가 있나~ 하며 살짝 웃기도 하지


나무들이 잎이 돋고 그 곰실곰실한 몸짓들이

제각각 다르게 자리 잡는 것을 보는 일은

놓치기 아까운 즐거움이다

그러니 틈을 내어 봄날의 숲을 찾을 수밖에 없질 않는가

숲이라는 개념을 갖고 찾아가 생각했던 곳은

사스레피나무로 도배를 해 놓은 것처럼

와우산이 나를 소싯적의 아름다움으로 빨아드린다

와우산(臥牛山)이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와우산이라 이름을 지어 불러왔다고 한다

갖가지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지만

유독 사스레피나무가 절대적 숲을 이루며 땅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어려서는 이 나무를 동백나무라고 불렀었다

동백나무는 분명 따로 있는데

잎이 동백나무 잎처럼 생겨서 그렇게 불렀는지 모른다

동백나무 잎보다 1/3 정도며 사철나무 잎보다는 약간 작다

결혼식 화환을 만들 때

이 사스레피나무 잎을 베어다가 장식을 하다보니

시골 야산에도 점점 이 나무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이사 농촌에도 다들 신식 결혼식을 올리다보니

일부러 산에 올라가 사스레피 나무를 베는 일도 없어졌다

식물들이 자라는 자유분방한 숲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도 물씬물씬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각종 식물의 잎사귀들이 펼쳐져 푸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나무와 활엽수들이 적당한 봄 기지게를 펴고

자기 능력을 뽐내어 들고 있으며
숲을 지배하는 사스레피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

여러 모양으로 봄을 재촉하는 느낌을 주고있다

제법 자란 잎들이 솨아솨아 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볼그레한 뺨들이 뽀송뽀송 뭐라고 종알대는 모습처럼 환하다

키 큰 곰솔 잎이 사시사철 푸르고

버찌 잎이 푸르게 도드라져 있는 곳

나무들 아래로는 군데군데 사람들이 앉아 쉬어갈 수 있도록

테크를 비롯한 나무 의자가 놓여 있으며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연초록 그늘 아래 누워서 눈을 감고 있어보면

새소리 속에 향기로운 초록 바람이 불어줄 것이고

머릿속에 담고 있는 걱정이란

먼지처럼 아득하게 날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해마다 피어나고 떨어지는 잎들이나

태어나서 죽는 사람들이 생기듯

사라지는 일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 가는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든다

인정을 하고 난 후 나를 중심으로 가득 차 있던 눈앞의 세계가

갑자기 비워지며 넓어지는 듯하다

햇 이파리들이 숲을 채우고 세상을 채우는 봄날이다

연둣빛 바람이 내어주는 봄 길을 따라서 간다

 

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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