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봄이 오는 길

서문섭 2019. 12. 6. 22:55

 

 

살랑이는 물결처럼 봄이 찾아온다
샛노란 꽃 주위에 천일홍이 겨울을 참아서고
이미 피어버린 난은 독특한 향기로 봄을 알린다


봄은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연기 속에서 걸어오는 걸까!
눅눅해진 겨울옷을
성미 급하게 벗어버린 짧은 옷에서 불어오는 걸까!
아니면 노랑 빛이 짙어진 꽃집에서부터 흔들거려 오는 걸까!


어디서 새어 나오든 그 봄은 아름답다
자연은 신의 섭리에 따라 계절이 오고간다 하겠지만
그 자연의 섭리에 닿은 봄보다는
더 시급한 것은 역시 우리의 일상을 엮는 마음에 봄이다


먼저 우리의 움츠린 마음이 녹아야 하고 풀려야 한다
넉넉함이 결여된 요즈음에야말로
삶의 응어리들이 좀 풀렸으면~하고 생각들을 많이 하게된다


우리를 가난하게 했던 엉김의 사슬들이 풀려야 하겠다
가난과 열등감 두려움과 소외가 풀리고 누그러져야 한다

그만큼 풀리는 게 중요하다
삶을 억압했던 것들이 누그러지고 풀려 져야 비로소
우리의 생명은 훈훈하다


봄은 항상 푸르다
새싹을 밀어 올린 강인한 힘을
스스로 깨달은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봄을 연다


내가 먼저 녹아야 봄이 온다
내가 먼저 풀어야 세상이 나를 풀어준다
그것이 바로 봄이다
이처럼 봄은 항상 우리를 비롯한다
우리 스스로 봄이 되었을 때 신은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나뭇가지마다 길목마다 새 움이 트고 꽃이 피는 것을...


파릇한 새싹의 경이 그 자체가 된다
새싹들처럼 사람도 역시 신비 그 자체가 되리라
경이롭게 바라볼 날 들

그 봄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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