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팥죽 쑤던 날 5

서문섭 2021. 1. 17. 13:28

평상에 누워있으면

바다에 떠 있는 별에

그림 같이 그려진 고향,

마당에서는 황소가 여물을 먹고

모닥불 연기는 모기들의 놀이터로 변하지 

 

배고픈 젊은 피는 세상을 원망했다

이밥도 없고 곱삶이도 귀하던 시절

이따금 상을 받는 듯

팥죽을 끓여먹었었지

힘들고 어려운 시절

구황음식치고는 수라상인 셈

 

큰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내어

넉넉하고 푸짐하게 먹다 보면

사박한 물김치나 섞박지가 없어도

부드럽고 쫀쫀한 맛 일품이었다

 

가난한 집 넉넉한 두레상

포만감 그득히 채우고 나면

떠난 식솔들이

어지간히 그리울 텐데

무녀 육남 우리의 목소리

지금도 환청으로 들리는 듯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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