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른 그릇에
하얀 밀가루 부어 반죽을 하면
하루이야기 조근 조근 늘어놓으며
질금질금 물을 끼얹어줄
어머니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널다란 도마 위에
물기 없는 밀가루를 깔고
믿음직한 팔뚝 힘으로
방망이질 쭉쭉 밀어 늘이면
우리 마당처럼 넓어지는
팥죽 단맛들임 드는 저녁
논배미 밭뙈기가 이러하듯
미는 대로 넓어졌으면 참 좋겠다
하시며 웃음 짓던 어머니
내가 불을 낮추는 동안
팥물은 옅게 부르르 까라지고
솥뚜껑 열다가 그만
핫 뜨거워! 내 귀부터 잡던 울어머니
소금으로 간을 하고
약간의 설탕 가미하면
두마지기 땅 밀반죽처럼
크고 넓게 밀어붙이지 못하지만
긴 면발처럼 오래오래 살아보자던
팥죽 쑤는 그때적의 저녁
들려오는 옛 적 목소리가
환청으로 여울져 오는 듯
그날들이 그리웁고
마냥 그리워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