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 5집

겨울 수채화 5

서문섭 2021. 1. 17. 13:13

저 건너 배롱나무 외딴집엔

지금쯤 어느 뉘 살고 있을까

새하얀 세월에 묻혀

두절 된 침묵으로 전하지 못한

그리운 사람들의 안부를  

상상의 도화지에 그려나 볼까

그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칠 뿐

여백처럼이나 하얗다

 

언제 적 뜯기인 옛 집터엔

낮게 지어진 집 한 채 이미 들어서 있고

고즈넉이 피어오르는

한 줄기 저녁연기를 보는 듯한

내 집으로 사는 무소식을

이토록 기다리며 지쳤어야 했는지  

백설을 머리에 인 것 같은 하얀 노년 

그래도 꼭 가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저 집 아궁이 불 담 아래

뜨겁게 묻어 둔 추억

다 익은 군고구마처럼

 

정 많아 눈물짓는 곳 

단맛들임의 골담초 그리고 

무화과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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