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건너 배롱나무 외딴집엔
지금쯤 어느 뉘 살고 있을까
새하얀 세월에 묻혀
두절 된 침묵으로 전하지 못한
그리운 사람들의 안부를
상상의 도화지에 그려나 볼까
그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칠 뿐
여백처럼이나 하얗다
언제 적 뜯기인 옛 집터엔
낮게 지어진 집 한 채 이미 들어서 있고
고즈넉이 피어오르는
한 줄기 저녁연기를 보는 듯한
내 집으로 사는 무소식을
이토록 기다리며 지쳤어야 했는지
백설을 머리에 인 것 같은 하얀 노년
그래도 꼭 가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저 집 아궁이 불 담 아래
뜨겁게 묻어 둔 추억
다 익은 군고구마처럼
정 많아 눈물짓는 곳
단맛들임의 골담초 그리고
무화과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