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산문시(自由, 散文詩)

대변 멸치축제

서문섭 2019. 9. 13. 11:15

기장 멸치 축제를 다녀와서

 

대변 고갯길을 유유자적 넘어 본다

비릿한 냄새가 영산홍 꽃향기와 함께 어지러이 날린다

낙화를 이루었던 벚꽃 향기와 멸치의 비린내가

이상야릇한 부자연스러움 속에서

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려는 분위기다

멸치는 벚꽃의 난분분한 사월과 오월을 좋아하나 보다

벚꽃이 지면 대변항은 온통 은빛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벚꽃이 하르르 되고 대신 영산홍이 만개하는데

도로변 양쪽으로 어여쁘게 피어있는 모습들이야말로

참으로 예쁘고 앙증맞기가 그지없다

벚꽃과 멸치! 빨간 꽃 영산홍과

은빛! 이게 바로 대변항이다

싱싱한 멸치비린내와 멸치젓 곰삭는 냄새로

아침이 밝고 저녁이 저문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대변을 보려면 비릿한 냄새를 각오해야 한다

야릇한 갯내음에 발 디딜 틈이 보이지 않는 곳이며

거기에다 전국서 찾아온 수많은 관광객들까지

온통 정신이 멍하여 어지러운 곳이다

이른 새벽에 항구를 이탈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엔

사람보다 갈매기가 먼저 식사를 한다

 

밤이나 먹고 하이소

해이 헤이 해이 해이

어느 놈은 팔자가 좋아

고대광실 좋은 집에

 

흔들고 털어대면 밑에 떨어진 놈 어부들 몫으로 그 수가 많고

어쩌다 뒤쪽으로 한 놈 두 놈 내동댕이쳐지면

이를 지켜본 구경꾼들은 이것을 행여 놓칠세라

우~ 와~

좀도둑들, 후여 후여 갈매기까지

정겨움이 물씬 묻어나는 훈훈한 삶의 매력까지 느끼게 된다

멸치를 후리고 나면 어느새 경매가 시작이 되고

어부들은 그물 손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골목 상점 마다에 싱싱한 회무침이 버무려지고

소금과 버무려 멸치젓도 담아지며

멸치 통구이까지 등장을 하게 된다

싱싱함이 있기에 곰삭음이 탄생된다

곰삭음은 흐르는 시간의 더께가 묵직해야만 된단다

그래서 싱싱함이 빛을 더하는 것 아니겠는가

싱싱함과 곰삭음은 인생의 여정에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비로소 축제의 멋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매년 멸치 축제 시기가 약간은 유동성이 있으나

대개 4월 중순에서 5월 초를 즈음한 며칠을 하게 된다

그 축제 횟수는 올해가 27회째가 되는 해인데

오늘이 4월 22일 둘째 날에 이르는 날이다

대변로 주변에 축제의 장이 마련 되였다

멸치 털기 멸치 낚기 미역 따기 미역 널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체험행사를 비롯해

멸치젓갈 담기 멸치 회 버무리기 등

이 이외도 축하공연 기장 멸치 가요제 등등이

보는 이로 하여금에 초고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늘씬한 몸매를 뽐내는 정상급 가수는 물론

통기타와 바이올린 첼로를 멘 가수들이 출동을 하였다

무엇보다 각설이 패걸이들이 춤사위를 하며

노래하는 모습들은

보약이 필요치 않을 것 같은 용솟음으로 다가선다

많고 많음이 멸치 미역 다시마인데

사람들의 숫자도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춤추고 노래하며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

다 제 잘난 멋에 살고 기뻐하는 것 같이 보인다

먹거리도 그야말로 각양각색으로 펼쳐져 있다

해삼 전복 멍게 소라 등의 영양식이 있는가 하면

멸치 회 멸치찌개 멸치구이 붕장어회 그리고

장어구이 미역국 다시마부각 미역 설치 등

온갖 먹거리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즐겁고 기쁜 마음 금할 길 없고 보람차다

일상을 벗어난 하루의 일탈이니라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나불이가 나불대는 작은 파도에

갈매기가 보채듯 출항을 돕는다

 

헤이 헤이 헤이 어히

어느 놈은 팔자 좋아

에히 에히 에이 어히

 

2023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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