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제5집 권두글
다섯 번째 시집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삶의 가치를 찾는 과정일 거다
어느덧 시를 쓴 지도 수년이 흘러 지났지만
눈부신 완성에 이르는 날은 과연 언제나 올까
아마 살아생전에 이루지 못하게 될 건지
영원한 꿈이 될지도 모르는 요원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다만 반골의 정신으로 도덕과 양심에 준하여
한 권의 시집을 위하듯 허물벗기를 한 셈이다
내가 살아온 흔적을 시라는 거울로 비추어
몽돌처럼 반들반들한 시로 옮겨 적기에는
마음이 늘 어둡고 아프고 초라했다
하나의 관념이 또 다른 관념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했지만
결과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든가
살아가면서 시 때문에 긴장할 때가 많았는데
뭇사람들이 나에게 손을 내미는 때이다
떳떳지 못한 자책인지 아니면 졸시라는 마음에서인지
좌우지 간 그랬다
그래도 역설적으로는 한편
그런 이웃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어쩐지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 느리고 늦어도 별도리인가 싶은 게
생은 어차피 속도가 아닌 방향이 아니겠나 싶어서다
내 손을 떠난 글은 이미 나의 글이 아니라 독자의 글일 것이다
이 글을 나와 내 이웃에게 주고 싶다
바람 소리 물소리 인적이 있는 소리
내 귓전을 스치는 여러 글들의 소리에게 전해주고 싶다
낡은 책상 서랍에서 동면할 뻔한 시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 준 부산시 문화재단과
작가 마을에 감사를 드린다
2022년 월
펴낸이; 서 문 섭
권두글
다섯 번째 시집을 조용히 펴내며
내 지성의 언어들을 켜켜이 쌓아두었다 상재를 했다
이 언어들을 막상 내놓으려 하니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유일한 독자는 나밖에 없겠다 란 생각을 했으며
그래서 나한테만이라도 주목받고 인정되는 시를 적고 싶었다
작은 위로가 되기라도 한다면 나에게는 크나큰 영광이 아닐까
아무래도 내 알량한 시는 내 가슴의 뜨거운 흔적이 분명하나
시라는 게 은은한 종소리가 퍼지듯 울려야 하기에
사람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자세 혹은
인간답게 하는 본성을 옹호하고 실현하는 그런 시가 됐어야 했다
즉 휴머니즘이 없는 시는 죽은 시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시집을 나에게 주고 싶다 혹여 정에 의하여
나를 알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도 주고 싶다
이 책을 내기까지 늘 곁에서 도움을 준 아내와 가족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역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작가 마을에 감사를 드린다
2023년
펴낸이; 서 문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