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실(習作室)

문화재단

서문섭 2022. 11. 30. 14:20

불꽃축제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건네받은 순간

하늘 향해 손짓하는

타오른 불빛이 행여 그 빛일까

날것 그대로의 순수한 아름다움

제 몸 태우는 비장미*

혓바닥 날름거리는

불의 뜨거움도 알기 전

아름다움에 취해 손 내밀다가

화들짝 놀랬을 게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인들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하여

화무십일홍이라던데

밤하늘의 불꽃이야

더 말해 뭘 할 것인고

피어오르는 절정의 순간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유한한 시간이 아름다움인 양

예술의 형태로 활활 타고 있다

 

*슬픔과 함께 숭고함이 곁들인 아름다움

 

목불인견(目不忍見)지하철에서

 

여인들의 화려한 외출

차라리 벗고 다닌다면 어쩌리

지하철에서 마주한 어느 여인

무엇을 감추려 했던 것일까

미니스커트 한껏 들어난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눈부신 뽀얀 허벅지가

눈앞에 서슬이 퍼렇다

꽉 쪼인 윗도리 사이

브이라인 얼비치는 골짜기며

풋풋한 살 내음 빵빵한 젖가슴이

눈에 별빛 되어 반짝이는데

실긋실긋 요리조리 훔쳐보며

힐끗힐긋 곁눈질을 하다가

차마 눈 피할 곳 없어

흐려져 가는 눈빛 비비며

가로등 밀려간 창문 바라본다

시선 모은 봉긋한 미소

덧나기 쉬운 장난기일까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나의 애간장을 녹이는구나

이 반반한 나신은

무엇이 부족해 내놓지 못할까

봄 간음하는 남자들의 시선

숨죽이는 호흡 시치미 뚝 떼고

죄 없는 옷솔기만 슬슬 매만진다.

 

내소사에서

 

저 묵묵한 산 그림자

푸르름은 홀연히

마른 몸 풀어 내리고

지친 생의 속박 벗어나

순명順命에 거역할 수 없는

시린 영혼을 사른다

고행의 가을 산에서

훨훨 떨치고 가는

소멸의 시간 속으로

옮겨붙은 불꽃

장엄한 내소사에 *홍안들이

능선과 산길 오르내리며

*제행무상諸行無常 법칙으로

심연의 슬픔 태우듯

산불로 번져가고

광배光背 꽃 눈부신 산화

병든 영혼 불사르며

손짓하는 비갈碑碣로 앉아

윤회의 수레바퀴를 타고

생성生成하는 우주 속에

입적하는 가을 산이여​

 

*젊어 혈색이 좋은 얼굴

 

평심平心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맘 두지 말자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맘 아파하지 말자

 

별일이 아닌

큰일 아닌 일들에 나를 흔들지 말자​

 

조용히 다져가며 조용히 다독이며

그렇게 나를 내려놓자​

 

큰바람 폭풍 없이

실려 가는 지금에 감사하자​

 

하루하루 무사히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감에 감사하며

 

그 흐름 바람에

또 나를 실어보자.

 

겨울나무의 온유

 

그는 말이 없습니다

바람이 붙잡고 소리치며 흔들어도

허공에 온몸 스치는 바람의 비명뿐

가지 꺾이고

핏빛 발부리 드러나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린 날 나뭇잎 다 지고

벌거벗은 겨울 강 건너

봄이 다시 찾아들면

더 푸른 잎으로 팔랑일 것입니다

그는 알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입은 많은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일어나는 소중한 삶이

검붉은 등걸이 된다는 것

그는 하늘 향해

빈 팔 벌리고 있습니다

새 깃들이고 다람쥐 뛰노는

시원한 그늘 주는

더 큰 온유를 위해

 

12월의 결산

 

어디 있을 것 같은데,

 

번쩍이는 눈 몇 번 굴러보고

아쉬움에 하늘을 쳐다본다

소중한 기록들 어디론가 날아가

누군가에게 갇힌 노예가 되어

피 흘리는 모습으로 어른거려 든다

 

지울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삶의 기록

찾기에 너무 늦어버린 것들

비로소 나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머리에서 번개가 치고

나를 향하듯 부르짖는다

 

차라리 잘되었지 뭐

결산 앞두고 중간에 한 번 바닥 쳤으니

늦었어도 새 마음으로 다시 쓰랴

세월이 노여워 몇 살이냐 물으면

이제 초등학생이라 하지 뭐

 

장엄한 노을 붉은 향연

자비가 서산에 걸린 해 만큼만 남았어

 

모래시계

 

해운대 온천센터에서 보았던

수년 되어가는 모래시계

땀 흘리고 있을 숱한 날의

꽉 찬 모습 흘러내린 지 오래다

생명의 시간들이 먼지처럼 날아가고

분말 텅 빈 항아리에

허무의 정적이 쌓인다

삶이 짧은 외마디 남기고

어둠의 터널을 신속히 지나는 기차

모태에서 시작된

보이지 않는 재깍거림에도

세상의 기쁨이었던 그대

꿈과 욕구가 바람처럼 빠져나간

고무풍선이 땅바닥에 눕는다

구름 되어 하늘에 날다

더러는 함박눈 되어 하얀 세상 만들고

또한 비 되어 목마름 축여주었던

그대는 모래시계

알갱이 마지막 초침 속으로 진다

석양의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해가 진다

 

우듬지 피울 적

 

사랑하며 외로워하고 싶은

봄볕 다투는 마당귀 어귀

시큼털털 떨 감나무에

단감 눈 붙이며

깊숙한 접목을 시도하던

온통 피 도는 봄날에는

때론 생이 변성의 순간처럼

홧홧하게 뜨거울 때 있으련만

봄의 화약고 개비 개비에

폭죽처럼 터지는 봄꽃 불,

눈먼 인연을 동여매며

물오른 후끈한 이끌림으로

달콤한 타액의 끈끈한 목피 사이에서

따뜻하게 내통하는 것들

가만가만히

접을 붙고 싶어 한다.

 

목련

 

목련의 우아함이

 

대갓집 마님 같고

 

봉오리가 붓 같아

 

묵필이라 했는가

 

부풀은 꽃봉오리

 

터질까 두려웁네

 

낙엽 

 

작금昨今의 시간과 공간에서

푸르렀던 옛적 속삭임이

이별과 아쉬움으로

가을에 물들어 있다

 

붉디붉은 노을보다

아름다운 이 황홀한 선물

인색한 세월 속에서도 그나마

허심을 달래주는 정겨운 선물이려니

누천累千 빛깔로 물들어

쓸쓸한 거리와 마음을 덮어준다

 

거센 비바람 맞으며

하염없이 지샌 여정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세속을 잃은 연인처럼

계절도 온화함도

모두 다 잊어버린 낙엽들

 

초로에 서서 문득

고운 자태 들여다보니

손짓하며 헤어지는 듯

하나둘 이별을 고하고 있네

 

민둥산

 

누구에게 다 퍼주고 말았는지

민둥산으로 남은 산등성은

삭풍 앞에서도 알몸이구나

잎이 진 나무들이

서둘러 덜 진 잎새를 떨구어 댄다

귓불 때리는 매서운 바람

굽은 허리 억새 춤사위에

퍼줄 것 아직 남은 맨몸들

저것들은 다시

누구를 따라 하산을 할까

바람으로 내리는

서리의 향기 앞에서

 

팥죽 쑤는 날

 

와상에 누워있으면

바다에 떠 있는 별에

그림 같이 그려진 고향

마당에서는 황소가 꼴을 먹고

모닥불 연기는 모기들의 놀이터로 변하지

배고픈 젊은 피는 세상을 원망했다

이밥도 없고 곱삶이도 귀하던 시절

이따금 상을 받듯

팥죽을 끓여 별미로 먹었었지

힘들고 어려운 시절

구황음식치고는 수라상인 셈

큰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내어

넉넉하고 푸짐하게 먹다 보면

사박한 물김치나 섞박지가 없어도

부드럽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난한 집 넉넉한 두레상

포만감 그득히 채우고 나면

떠난 식솔들이

어지간히 그리울 텐데

 

매화

 

떨켜에 불 심지를 꽂다니

 

봄이 널 흔들었구나

 

잔설 녹이다 힘이 들면

 

부르거라 나를

 

 

문방사보

 

 

벼루에

붓이 접근한다

붓 낚싯대가

먹물의 중심을 흔든다

출렁이면서 미끼를 무는 강을

재빨리 화선지 위로 끌어 올린다

강이 팔딱팔딱 낚인다

강을 자꾸자꾸 낚아 올리는

뾰족뾰족한 입들

스킨십 엔도르핀이 솟는다

*도파민의 척도가 쑥 오른다

먹물 한 점 한 점

여백을 향해 혼을 심어본다

떨리는 손가락 사이로

싱싱한 예술이 태어난다

한 폭의 족자에

묵향이 짙다

 

가을 단상

 

새들이 둥지를 틀었던

나뭇가지 여기저기에

울고 웃던 노랫소리 대신

늦가을이 널부러져 있다

 

불어오는 삭풍에

내년을 기다리며 맞섰던 둥지는

 

갈기갈기 찢어진 채

흩어져 생황소리를 내고 있다.

 

모과는 가을이 되서야

나무 열매로 자란 오이로 알았을까

나지막이 뻗어나간 노란 참외처럼

휘 늘어진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진다.

 

 

떨어져 나간 木瓜를 찾으려는지

주위를 내내 미적미적

햇빛도 노랗게

두리번 두리번거린다

 

이윽고

 

택함 위에 뿌려진 믿음 밭에

겨자씨만큼의 꿈이 서렸다

작은 생명

가슴 휘젓는 異常으로

보송보송

파란 날개를 펴기 시작했었지

 

애 가지 눈을 뜨더니만

빗~살이 뿌려질 때마다

하늘땅 기운을 마구 마시어 댔더군

그윽이 하늘하늘 양팔 벌리고

누리의 쉼터로 변해

博石의 내면까지도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가

조화로운 자리를 틀었어

 

새들이 깃든

큰 나무가 되어

 

별꽃 

 

시골 땅 밤하늘에

흐드러지게 핀 별꽃

미리내길 밟고 찾아와

반짝 웃으며 피는 꽃

돛 없이 둥둥 떠가는

조각배 비추는 등불

시골 마을 고향 밤을

환하게 비추이네

밤하늘 별꽃이

화원으로 빛나면

臥床에 등 깔고 누어

나의 별 너의 별 헤아렸지

어릴 적 고향하늘에는

사계절이 무론하나

비라도 퍼붓는 날이면

구름 뒤에 숨었다가

게이는 날 밤 되면

고향길을 인도하였네

 

겨울 풍경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군불 지핀 아궁이에

고구마를 묻어놓고

꼼지락꼼지락

이불속에서 발장난 치던

어릴 적 시절이 그리워진다

소담스레 내리던 날

추녀에 말간 고드름,

알몸 된 겨울나무,

하늘 배경에 알몸 되어

어색한 미소 짓고 있었지

발 내리지 못한 여린 보리 싹

서릿발에 수석(首席)거리면

하얀 입김 호호 달래며

행여 추위에 얼까

꼭꼭 밟고 다녔던 소싯적그 옛날

산자락 배고픈 수리부엉이가

삭풍 하늘 유영을 하고

모이 쪼던 닭들은 놀라

이제나저제나 둥지 속에 숨어

놀란 눈 세상을 살폈지

댓잎 서걱대는 섣달

짧은 해는 서산에 노을 부리고

솔향 그윽한 길 따라

지 아는 어디론가

훌쩍 가버리던 날

 

가을 연가

 

푸른 이파리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이는 차가운 바람

한 해가 지나가는 동안에

어디서 물감을 준비했을까

부는 바람 한 번씩 스칠 때마다

드넓은 산과 들 캔버스에

차례로 한 겹씩 수채화가 그려진다

눈부시게 선명한 착색화

볼수록 황홀한 모습

해마다 반복되는 신비한 그림

한평생을 보았는데도 질림이 없다

켜켜이 깔린 낙엽을 밟고

누군가와 애틋한 추억 더듬으며

*범접-불가 자연의 위엄 앞에

진한 감동과 놀라운 찬탄으로

아름다운 가을 연가를 불러본다

 

*가까이 다가가 함부로 건드리는 접촉은 불가다

 

안스리움

 

한 번의 흔들림도 없는
창문은 캄캄하다
빈 가지에
훔쳐 걸어 놓은 듯
초승달을 넘겨다볼 뿐
요염한 달빛이
꽃 무더기에 늘어져 있다
바다 위 피어오르는 해무는
하얀 *안스리움을 엿본다
봄꽃 웃음보 절절히 풀어낼 때
이웃한 *박세라니아 줄기 하나가
남파랑 얼굴 쏘 옥 내밀겠다

 

* 꽃나무 이름

* 꽃나무 이름

 

# 개인정보 =

 

1, 주민번호;  500213- 1101912

2, 주소; 해운대구 해운대로 564 비-1805호 우동 한솔솔파크 (서문섭)

3, 연락처; 010- 8262- 1347

4, 이메일; moonseop5991@hanmail.net

 

# 약력 =

1, 지구문학 작가회의 회원

2, 한국 문인협회 회원

3, 부산 시인협회 회원

4, 부산 해운대 문인협회 회원  


# 작품집명= 

-_ 2007년 첫 번째 시집 "그대의 향기" 출간
-_ 2010년 두 번째 시집 "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출간
-_ 2013년 세 번째 시집 "물 위를 걷다" 출간
-_ 2016년 네 번째 시집 "카르페 디엠" 출간

 

# 수상= 

-_ 2004년 계간 "지구문학" 신인상 등단

-_2018년 시사 연합신문 문화공헌 대상 수상

 

# 작품집명=

1권, 그대의 향기

2권, 하늘에서 보내온 편지

3권, 물위를 걷다

4, 카르페 데엠

 

# 등단연도= 2004년도

# 등단지= 지구문학

 

# 문화활동=

1,지구문학 작가회의 (2004년) 가입

2, 한국 문인협회 (2005년) 가입

3, 부산 시인협회 (2005년) 가입

4, 해운대 문인협회 (2006년도) 가입

 

#직함= 회원

 

 

 

 

 

 

 

'습작실(習作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고지신溫故知新  (0) 2022.12.29
副牧師  (1) 2022.12.13
기다림  (0) 2022.11.30
  (0) 2022.10.31
산행 후기 보낼 글 순서  (0)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