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가을 편지

서문섭 2023. 1. 12. 18:09

바람에 개봉된 갈색 편지

이사 간 집 마당처럼

겨울 문턱에 켜켜이 쌓여있다

 

거역할 수 없는 이별에 떨리는 입술은

핏빛으로 계절 가득 퍼져가고

우리는 눈물의 언덕에 서서

못다 한 사랑과 아픔의 말을

멀어져가는 하늘에 남겨야 하는가

 

누군가 떠나보낸 그대에게

나는 금보다 무거운 한 마디 적어

빈 마음 어루만져 주고 싶다

 

가난한 영혼 싸매 줄

한 시절 내내 가슴 튼실하게 물들인

햇볕 같은 위로의 숨결로

 

아! 내 청춘의 푸른 잎

말리어 쓴 붉은 잎 편지는

나목의 외로움으로 서 있는 그대에게

“당신의 빛났던 날들 그립습니다”

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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