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개봉된 갈색 편지
이사 간 집 마당처럼
겨울 문턱에 켜켜이 쌓여있다
거역할 수 없는 이별에 떨리는 입술은
핏빛으로 계절 가득 퍼져가고
우리는 눈물의 언덕에 서서
못다 한 사랑과 아픔의 말을
멀어져가는 하늘에 남겨야 하는가
누군가 떠나보낸 그대에게
나는 금보다 무거운 한 마디 적어
빈 마음 어루만져 주고 싶다
가난한 영혼 싸매 줄
한 시절 내내 가슴 튼실하게 물들인
햇볕 같은 위로의 숨결로
아! 내 청춘의 푸른 잎
말리어 쓴 붉은 잎 편지는
나목의 외로움으로 서 있는 그대에게
“당신의 빛났던 날들 그립습니다”
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