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말씀이 버려지다

서문섭 2023. 1. 12. 19:45

머리맡에 있던 보석 같은 말씀들이

대문 밖에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하루를 이끌고 운명을 변화시킨

빛들은 붉은 밑줄에 받쳐 있고

영혼을 깨우던 음성은 덮인 채

구원과 예언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거룩한 자리에서 꽃 같은 찬양을 듣고

말씀은 무겁다는

단상 아래 동네 사람들

세상의 분주함과 탐욕에 못 이겨

꿀 같은 말씀에 등 돌리네

 

오 마음과 영혼 밖으로 떨어져 간

주님의 분신들

 

첨탑에 십자가 불빛도 하나둘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마지막 시간은 다가오는데

천사들이 흩어진 말씀을 모아

강단으로 열심히 올려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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