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랑

목욕탕에서 부활을 꿈꾸다

서문섭 2023. 1. 12. 19:50

시린 몸 녹이는 물속에서

창밖을 본다

저 아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소리

바쁜 듯 이리저리 지나가는 차들의 행렬

흑백 무성영화가 상영되고

 

영혼이 되어 바라보는 밖의 세상은 쓸쓸하다

내가 살았던 것 같잖은

조금도 그립잖은 이방의 땅처럼

 

세상의 기름진 땀과 그림자를 지우고

깨끗이 씻어진 지난날 슬픈 무늬까지

온유한 숨결로 낡아지지 않는 빛이 되어

또 다른 하늘 가슴 가득히 담는다

 

언제부터인가 약속된 영원은

깃발처럼 펄럭이는 옷자락으로

시나브로 내게 다가오고

나는 더운물 속에서

새파랗게 부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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