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이 앉았다 떠난 자리,
초가을햇살이 소곤거리는 그 어떤 모습들 이었던가
보는 시야에 따라서 설핏 스치는 착시현상에 새들도 숨어버린 듯한
숲을 바라보기도 전 나도 모르게 가을 빛 마음으로 흠뻑 물들어가게 되었다
다름 아닌 배롱나무 꽃이 활짝 핀 도로 앞을 지나는데
그 때 그 언제 쯤 어머니는 지지리 어렵던 옛날이야기를 꺼내시곤 했었지
바로 시골의 옛날 우리 집 얘긴데
장독 언저리에 아름답게 피어 있던 배롱나무 꽃모습
물론 지금은 볼 수가 없음을 알고 있는 바
퇴락한 공간에서 그 아무도 없는 그리움의 집은
이미 폐가가 되어버렸다는 말 일 것이다
요즘에야 배롱나무라는 예쁜 우리말로 많이들 부르긴 한데
예전에 어른들은 이 나무를 백일홍 (百日紅)이라고 불렀다
한여름과 가을에 걸쳐 백일동안이나 꽃이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긴 하였으나
사실은 백일홍(일년초)은 채송화나 봉숭아처럼 그정도의 크기의 꽃이다
무지에서 나오는 말이 표준어처럼 불리게 되니
아예 요즘은 차라리 백일홍이라 부를 터면 목백일홍이라 부르라 한단다
추위를 잘 타는 배롱나무는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주로 많이 볼 수가 있다
공원 조림수로나 정원수 혹은 가로수와 서원 등에
그리고 또한 뒷산이나 논밭사이 무덤가에까지도 심었었다
겨울을 보내고 다른 나무들이 차례로 잎을 낼 때는 죽은 듯 나목으로 있다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늦봄에 잎을 틔우고 여름이 되면 가득 붉은 꽃을 펼친다
배롱나무를 좀 멀리 떨어져서 보면
부챗살같이 넓게 퍼지는 가지위로 붉은 꽃물결이 보인다
웃자란 풀들이 내뿜는 초록빛 숨마저 후텁지근한 세상 속으로
선명하게 존재를 과시하는 나무가 바로 이 배롱나무다
그러나 일없이 보는 사람에게나 해가 길고 긴 여름 날
여든여덟번의 손길로 돌봐야 할 벼를 수확하는 농부들에게는
배롱나무 꽃이 그야말로 지겹기도 했을 것이다
여든여덟 살의 사람나이를 일컬어 그래서 미수米壽라 했을까
배롱나무 꽃이 세 번 피었다지면 벼가 익는다는 말도 있다
불볕더위와 가뭄 그리고 긴 장마와 태풍을 이겨내야만
잘 익어 단내 나는 벼이삭을 얻을 수 있는데
그 힘들고 배고픈 기간 동안 피고지고 또 피고 지는 꽃이 바로 이 꽃이다
농기구를 냇 도랑에서 씻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길에도
지친기색 없이 활활 타오르는 배롱나무 꽃을 보면
너 언제나 지냐? 라고 눈을 흘기기도 했을 거다
배롱나무 꽃이 피어있는 석 달 열흘 동안
사람들의 세상엔 온갖 일들이 많이 생긴다
설렘과 번뇌 기쁨과 절망이 태풍처럼 마음을 휩쓸어도
긴 여름날이 끝나갈 무렵까지도
얼른 고개 쳐들면 백일홍 꽃은 고요하게 또 피어 있곤 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렇게 배롱나무는
성품이나 외모가 속기(俗氣)가 전혀 없어서 좋은 꽃이라 하고 싶다
어릴 때 나는 이 꽃 색깔이 강렬한 색인데도 불구하고
민숭민숭하게만 보였고 좋고 아름다운 것쯤도 정말 몰랐었다
변함없이 민숭민숭 곁에 있는 오래된 친구라나 할까
하릴없이 그 빛으로 똑같은 색이 빛나다보니
어쩌면 나의 마음을 좀 편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포근한 사랑의 빛깔로 내 눈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한다
그 아름다운 꽃을 요즘도 간간이 보고 있거늘
아니 오늘도 이곳에서 그 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꽃의 묘미를 어찌 설명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겠단 말아랴
제가 이르고 싶은 곳이 이곳이기에 옛 이야기를 들먹거리고 있다
산행을 하기위해 버스에 몸을 싣고 여행 삼아 가는 길은
경북 포항에서 영덕군 달삼면 팔각산이라 하는 곳인데
들어가는 초입부터 온통 붉은 빛으로 단장을 해놓았다
논길 따라 수 십리 길을 아예 배롱나무로 가로수를 심어 놓은 곳이다
이곳의 가로수 길에서는 매미소리가 계절을 꿈꾸듯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잘 가꾼 벼는 고개를 숙이려 애를 쓰고 있으며
또 어떤 곳은 이미 누렇게 익어가는 겸손도 볼 수가 있었다
멀리서도 붉게 만개한 배롱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꽃색깔이 진분홍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줄기에서는 섬세한 핏줄기같이 갈라져있고
가지 끝은 온통 땅바닥에 닿을 동 말 동 춤사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커다란 쥘부채 모양의 배롱나무는 넓은 초록잔디밭과 태양사이에서 선연하게 붉다
어느 곳에 자라든지 배롱나무에서는
여성적인 따뜻한 품격과 평온한 기운을 느끼게 해 준다
마침 바람이 불자 배롱나무의 긴 가지들이 부챗살처럼 느리게 흔들린다
어릴 적 어머니가 누워있는 나에게
느릿느릿 부채를 부쳐주셨던 정다움의 모습 바로 그 모습이다
원래 이 배롱나무를 호남지방에서는 간지럼 나무라고 부른다
그만큼 바람에 민감하다는 나무라 해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밑둥치를 사~알 살 만지기만해도 잎이 흔들림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 레라
사실 배롱나무 꽃이 백일동안 지지 않고 그대로 피어있는 것은 아니다
무리 진 꽃숭어리 중에서 하나가 지면 그 옆에서 또 하나가 피어나고
하나가 지고 또 옆의 꽃잎이 피어나고해서,
꽃이 세 번 피어야 벼가 익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말이란다
그렇게 하여 100일 동안 배롱나무 꽃은 끊임없이 피어있는 것이다
어느 한 꽃잎도 제 모습만 주인공으로 드러내지 않고
하나 된 아름다움을 위해
피고 지는 공동체의 정신을 배롱나무는 나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숲을 바라보기도 전 나도 모르게 가을 빛 마음으로 흠뻑 물들어가게 되었다
다름 아닌 배롱나무 꽃이 활짝 핀 도로 앞을 지나는데
그 때 그 언제 쯤 어머니는 지지리 어렵던 옛날이야기를 꺼내시곤 했었지
바로 시골의 옛날 우리 집 얘긴데
장독 언저리에 아름답게 피어 있던 배롱나무 꽃모습
물론 지금은 볼 수가 없음을 알고 있는 바
퇴락한 공간에서 그 아무도 없는 그리움의 집은
이미 폐가가 되어버렸다는 말 일 것이다
요즘에야 배롱나무라는 예쁜 우리말로 많이들 부르긴 한데
예전에 어른들은 이 나무를 백일홍 (百日紅)이라고 불렀다
한여름과 가을에 걸쳐 백일동안이나 꽃이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긴 하였으나
사실은 백일홍(일년초)은 채송화나 봉숭아처럼 그정도의 크기의 꽃이다
무지에서 나오는 말이 표준어처럼 불리게 되니
아예 요즘은 차라리 백일홍이라 부를 터면 목백일홍이라 부르라 한단다
추위를 잘 타는 배롱나무는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주로 많이 볼 수가 있다
공원 조림수로나 정원수 혹은 가로수와 서원 등에
그리고 또한 뒷산이나 논밭사이 무덤가에까지도 심었었다
겨울을 보내고 다른 나무들이 차례로 잎을 낼 때는 죽은 듯 나목으로 있다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늦봄에 잎을 틔우고 여름이 되면 가득 붉은 꽃을 펼친다
배롱나무를 좀 멀리 떨어져서 보면
부챗살같이 넓게 퍼지는 가지위로 붉은 꽃물결이 보인다
웃자란 풀들이 내뿜는 초록빛 숨마저 후텁지근한 세상 속으로
선명하게 존재를 과시하는 나무가 바로 이 배롱나무다
그러나 일없이 보는 사람에게나 해가 길고 긴 여름 날
여든여덟번의 손길로 돌봐야 할 벼를 수확하는 농부들에게는
배롱나무 꽃이 그야말로 지겹기도 했을 것이다
여든여덟 살의 사람나이를 일컬어 그래서 미수米壽라 했을까
배롱나무 꽃이 세 번 피었다지면 벼가 익는다는 말도 있다
불볕더위와 가뭄 그리고 긴 장마와 태풍을 이겨내야만
잘 익어 단내 나는 벼이삭을 얻을 수 있는데
그 힘들고 배고픈 기간 동안 피고지고 또 피고 지는 꽃이 바로 이 꽃이다
농기구를 냇 도랑에서 씻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길에도
지친기색 없이 활활 타오르는 배롱나무 꽃을 보면
너 언제나 지냐? 라고 눈을 흘기기도 했을 거다
배롱나무 꽃이 피어있는 석 달 열흘 동안
사람들의 세상엔 온갖 일들이 많이 생긴다
설렘과 번뇌 기쁨과 절망이 태풍처럼 마음을 휩쓸어도
긴 여름날이 끝나갈 무렵까지도
얼른 고개 쳐들면 백일홍 꽃은 고요하게 또 피어 있곤 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렇게 배롱나무는
성품이나 외모가 속기(俗氣)가 전혀 없어서 좋은 꽃이라 하고 싶다
어릴 때 나는 이 꽃 색깔이 강렬한 색인데도 불구하고
민숭민숭하게만 보였고 좋고 아름다운 것쯤도 정말 몰랐었다
변함없이 민숭민숭 곁에 있는 오래된 친구라나 할까
하릴없이 그 빛으로 똑같은 색이 빛나다보니
어쩌면 나의 마음을 좀 편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포근한 사랑의 빛깔로 내 눈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한다
그 아름다운 꽃을 요즘도 간간이 보고 있거늘
아니 오늘도 이곳에서 그 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꽃의 묘미를 어찌 설명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겠단 말아랴
제가 이르고 싶은 곳이 이곳이기에 옛 이야기를 들먹거리고 있다
산행을 하기위해 버스에 몸을 싣고 여행 삼아 가는 길은
경북 포항에서 영덕군 달삼면 팔각산이라 하는 곳인데
들어가는 초입부터 온통 붉은 빛으로 단장을 해놓았다
논길 따라 수 십리 길을 아예 배롱나무로 가로수를 심어 놓은 곳이다
이곳의 가로수 길에서는 매미소리가 계절을 꿈꾸듯이 시끄럽게 울어대고
잘 가꾼 벼는 고개를 숙이려 애를 쓰고 있으며
또 어떤 곳은 이미 누렇게 익어가는 겸손도 볼 수가 있었다
멀리서도 붉게 만개한 배롱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꽃색깔이 진분홍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줄기에서는 섬세한 핏줄기같이 갈라져있고
가지 끝은 온통 땅바닥에 닿을 동 말 동 춤사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커다란 쥘부채 모양의 배롱나무는 넓은 초록잔디밭과 태양사이에서 선연하게 붉다
어느 곳에 자라든지 배롱나무에서는
여성적인 따뜻한 품격과 평온한 기운을 느끼게 해 준다
마침 바람이 불자 배롱나무의 긴 가지들이 부챗살처럼 느리게 흔들린다
어릴 적 어머니가 누워있는 나에게
느릿느릿 부채를 부쳐주셨던 정다움의 모습 바로 그 모습이다
원래 이 배롱나무를 호남지방에서는 간지럼 나무라고 부른다
그만큼 바람에 민감하다는 나무라 해서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밑둥치를 사~알 살 만지기만해도 잎이 흔들림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을 레라
사실 배롱나무 꽃이 백일동안 지지 않고 그대로 피어있는 것은 아니다
무리 진 꽃숭어리 중에서 하나가 지면 그 옆에서 또 하나가 피어나고
하나가 지고 또 옆의 꽃잎이 피어나고해서,
꽃이 세 번 피어야 벼가 익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말이란다
그렇게 하여 100일 동안 배롱나무 꽃은 끊임없이 피어있는 것이다
어느 한 꽃잎도 제 모습만 주인공으로 드러내지 않고
하나 된 아름다움을 위해
피고 지는 공동체의 정신을 배롱나무는 나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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