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墨香)

녹차밭 5

서문섭 2019. 10. 26. 11:07

 

서편제 판소리 한 대목

어허이 폭포수 득음정지나

산 나이테 두른 차밭 골 오르면

차 꽃 튀밥처럼 터지는 지절

이슬 같은 꽃 사과가 대롱대롱

초가을 색 품으며 익어가고

척박한 차밭 일구다가

청산에 묻힌 두 봉 어르신의

고단했던 삶을 생각한다

호위무사 삼나무 편백나무

좌우 빽빽하게 들어서 잇고

숲길 아래 물봉선화는

촌색시 수줍은 치맛자락처럼

연분홍빛 봄소식 같다

시 동행이 된 시인들과

녹차 아이스크림 나눠보며

나도 가고 너도 가야 할

연애사 이별노래 부르며

녹차 축제장 터 지나는데

현란한 가위춤 엿장수

가위질 막춤이 즐겁고

누더기 각설이 음담패설

익살 좋은 넉두리춤은

지나가는 나그네를 불러 앉힌다

돌아오던 길 다관에 차를 우리며

쪽진 머리 달빛 차 따라주는

여인의 가을 향기

황차의 남도가

노을빛으로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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