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라

들 소리, 유복려

서문섭 2019. 10. 28. 11:31

들 소리 外 유복녀

1, 詩는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써야한다.

2, 일상에서 하는일을 소재로 써야한다

3, 상상력으로 시를 쓰려면 시 쓰기가 어렵다.

 상상력으로는 추리 작가가 많이 활용해 쓴다.
 
예, 하 종 오  시인

***들 소 리***   ***
 
사람이여

두렁에 앉아 쉬던 오늘 낮에

둘이 뭐라고 뭐라고 하는 말 들었는가 못 들었는가

살아가는 평생이 흙으로 섬겨져서

일하는 나날이 농사로 이어져서

언제나 아침놀 저녁놀 머무는 땅,

허리 굽혀 온 힘 쏟은 논밭에서

날마다 자라나는 나물과 곡식은

병든 이와 노인들에게 먼저 돌아가서

깊은 안식과 음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들판이 스스로 북돋우지 않던가

사람이여

들녘을 지키는 일 외에

살아 있는 동안 볼일이 따로 있는가

그늘진 수풀도 마음받아 푸르러져

세상 한 모서리에 한줄기 뻗었으니

지금부터 대지는 펼쳐질 대로 펼쳐져

어린 자식과 어미 아비 사이에

놓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들판이 스스로 지평 확 트며 굽이치지 않던가

묻친 씨앗이 곧 하나의 삶이기에

알곡 거두는 일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햇볕도 물도 모여들어 이룬 땅덩어리,

사람이여

일손 놓고 청산보던 오늘 낮에

들이 뭐락 뭐라고 하는 말 들었는가 못 들었는가
 
***유복녀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의 아품을 그린 詩이다
 
 
행여 누가 이 아비에 대해 묻더라도 울지 말거라

계집애야 내가 흘린 피는 널 더럽히지 않았다

황사 속 타는 해 꽃잎 바스라진 대지에

비틀 거리며 걸음마하는 널 보니 서럽구나

멈춰 서서 숨돌릴 한치 흙을 가꾸려고

이 아비는 가뭄 들녘에서 그들과 싸웠다

몸 속에 꿈틀 거리는 근육과 잠긴 울대에서

터져나오는 말로 뜨겁게 달래도 보았지만

햇빛과 물과 그늘을 빼앗은 그들은

내 입을 막고 5월 밖으로 날 내밀어 내었다

그런데 이젠 내 목소리가 산천을 무너뜨리고

내 한숨이 그들의 토지를 짓밟았다 하지?

계집애야 이 아비는 원통하고 절통하고나

결코 난 풀잎 하나 뜯지 않았다

씨앗 한 톨 함부로 저버리지 않았다

다만 네가 자라 갈 땅을 지키기 위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이루기 위해

인간답게 단호히 나섰을 뿐이다

부디 네가 커서 싱싱한 처녀가 되거든

이 아비보다 맑은 사내를 찾아 사랑하다가

네가 지어미가 되거든 이 아비보다 큰 사내로 만들어

햇빛과 물과 그늘을 되찾아 놓게 하고

가문 들녘에 그들을 꿇어앉혀 울리도록 하거라

마른 황토 이 질퍽한 내음 돌쑥 돋아난

남도의 두 발 내디딘 널 보니 안심되는고나

행여 누가 이 아비를 찾더라도 떳떳하거라

계집애야 내 죽음은 널 낳았다
 

#시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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