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 가는 길/강 경 주 시인
첫눈 오는 날 새벽
시외버스를 타고 몰래 나가
간판이 낡은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수술을 받았다
첫눈보다 눈부신 불빛
곽광 받으며
두 다리 벌린 채 두 눈 똑바로 뜬 채
내 젊고 뜨거운 앞날의 피
쏟아 냈다
눈발이 거의 그치고
수술이 끝났을 때
아직 채 마취가 깨지 않은
그 첫눈의 뼈 이미 눈물처럼 녹아
그 첫눙의 살 이미 가슴팍에 얼어붙어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시외버스는
먼 훗날의 내 중년처럼
질퍽거렸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첫눈이 내렸고
내리자마자 그 눈의 창자 녹아
그 눈이 허파 길 위에 얼어붙어
아픔 없는 비명소리만 물금 너머 강물 속으로
미끄러졌다
그 후유증은 너무 깊어서
어제도 조금씩 오늘도 조금씩 나는 하혈을 했다
첫눈처럼 첫눈처럼
첫눈 오는 날 새벽
시외버스를 타고 몰래 나가
간판이 낡은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수술을 받았다
첫눈보다 눈부신 불빛
곽광 받으며
두 다리 벌린 채 두 눈 똑바로 뜬 채
내 젊고 뜨거운 앞날의 피
쏟아 냈다
눈발이 거의 그치고
수술이 끝났을 때
아직 채 마취가 깨지 않은
그 첫눈의 뼈 이미 눈물처럼 녹아
그 첫눙의 살 이미 가슴팍에 얼어붙어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시외버스는
먼 훗날의 내 중년처럼
질퍽거렸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첫눈이 내렸고
내리자마자 그 눈의 창자 녹아
그 눈이 허파 길 위에 얼어붙어
아픔 없는 비명소리만 물금 너머 강물 속으로
미끄러졌다
그 후유증은 너무 깊어서
어제도 조금씩 오늘도 조금씩 나는 하혈을 했다
첫눈처럼 첫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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