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성스러운 몸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던 날
우렁찬 울음소리 내더라고요
지금에사 나는
잎도 피우고 꽃도 피웠지만
아직도 피워야 할 일 왜 그리 많은지
빈 들녘 바람 스치는
열매없는 나무로 무성할 뿐
무심히 지나쳐 버린 세월 탓에
이제는 온백이 서려가고
가뭄에 갈라터진 논바닥처럼
온 몸뚱어리 주름만 깊어갑니다
몇 올 머리카락 하얗게 바래지는
저물녘 이르는 강가
너울성 물보라가 활개 치는
은폐된 공간 깊숙이 들어와
중얼중얼 혼잣말로 소리냅니다
환청 들리는 듯
축 처진 어깨 너머로
카랑카랑했던 어머니의 음성이
자꾸만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