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시(慕情詩)

소천

서문섭 2019. 10. 29. 12:45

 

천수누리시고 하늘로 가신
어머니 영정 앞에서
망극한 슬픔 흐느끼며
회심의 눈물 흘립니다  
가난에 일그러진 세월에도
위대한 모성의 굴레
자식사랑 남달라서
위하며 기도하셨던 어머니 
농사일에 이골이 나
마음 편히 쉬지 못했으니
살으신 한 많은 애환 
불초인들 어찌 모르리요 
성결하고 거룩한 삶
부름의 갈 데를 알고 있기에
지수화풍地水火風 한 줌 흙으로
모든 것 다 두고 떠나신다 하더이 

청보에 개똥이래라도

이승이 낫다던데

고통 내려놓으시려

지루한 설움 고이 접던 날

저만치 걸어가고 계실

어머니의 쇠잔한 뒷모습이

눈물 꽃 얼룩진 숨결로

영공靈空에 흩날립니다

하얀 나비 날개처럼

얇은 바람에도 힘없이 나부끼고

초췌한 웃음 가냘픈 목소리가

귓가에 환청으로 밀려드니

무명 저고리 검정 치마

찢어진 넝마 훌훌 벗어던진

한스러운 몸짓몸짓

저기 저기에 멀리 지납니다

설한 이겨낸 인동초

이제 생의 끈 포기하던 날

안식의 들머리에 풍기는 체취가

참으로 향기롭습니다

봇물 터지는 사무친 모정

가슴에 핏 금 긋고

저만치 저만치서

훌훌 멀어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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