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시(慕情詩)

고인이 된 아버지께

서문섭 2019. 10. 29. 12:46

잊혀져가도 견딜만합니다

그리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옛날처럼 못 견디게 보고 싶다든지

저녁노을만 봐도 눈물짓는다든지

지금은 그런 일은 없습니다

어쩌다 이리 모질게 변했는지

애잔하던 그리움 어디로 가고

이렇게 태연하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별일 다 연상하며 버틴답니다

버틴다는 것 힘겹다는 말이지만

때로는 좌절감 느낄 정도로

울고 싶을 때도 있다는 고백 아닌지

그만치 피폐한 마음인지라

그립던 세월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긴 밤 다독이듯 지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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