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백양산에서 (3월)

서문섭 2019. 6. 27. 10:38

백양산에서 (3월)@


일상을 옭아맨 밧줄을 풀어제치고 
고산준령高山峻嶺 다양한 산속으로 내닫고 싶어지진 않을 런지 
스스럼 없이 만나고 흩어지며 흩어지고 모이는 산이라면 
靑山이 어떠한 계절에 따라 반복이 되는 듯한 것처럼 
언젠가는 철따라 제 모습도 영생으로 귀의한다는 기대감에 
아름다움이 지속되는 생각을 애써 갖게 해 본다 
부산진구 당감동 백양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선암사에는 
심은 지 이미 오래됐다는 동백나무 군락이 군무를 이루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침 일찍이 찾아가는 게 발싸심이라 
보일 듯 말 듯 보이지 않은 절이라면 과연 어떤 절일까 
아파트 단지로 둘러 쌓여있는 도심 뒤편에 과연 이런 산사가 있었을까
요즘에야 산사(山寺)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아니든가 
도심 속에서도 얼마든지 절을 볼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하여간 걷고 걸어서 물어 물어서 겨우 아내와 선암사를 찾게 되었는데
절 마당 고목들의 풍채가 대단하기까지 하다
육송을 비롯한 느티나무와 산벚나무 그리고 졸가시나무와
신우대 목련을 비롯한 동백나무들이 우거져 
여기가 절이 있음을 은근슬쩍 과시하는 것 같아 보였다 
고개를 빠뜨리고 서있던 목련과 산에서 자란 산벚나무도
꽃이 만발하는 듯 선암사야말로 
그득한 꽃 절이 되어있음을 보게 되는 셈이다
대웅전 오르는 돌계단은 상당히 가파르다 
인위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오르도록 만들어 놓았겠다
고개를 한 번쯤 수그리면 뭐 어쩌겠나 싶어 걸어 오르는데 
엎드려 절을 받으려는 모양새가 틀림이 없으렸다 
문 앞에서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한 젊은 스님이
나를 따뜻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반기는데 
얼른 두 손을 모아 인사에 답을 해 본다
지친 피로가 덜어지는 듯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백양산 남쪽 기슭의 선암사는 
신라 문무왕15년 (675) 원효 대사가 창건한절로
고려 말에는 왜구들이 이곳의 불상을 모두 훔쳐감으로 인해
많은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음도 엿보게 된다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절이 그윽하고 깊다 
나무 곁을 걷다보면 고즈넉함을 느껴 마당은 점점 더 좁아지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대웅전 뒤편 극락전 옆 석축위로 이어진 동백 숲을 만나보게 되는데
붉디붉은 불덩어리로 좁던 마당이 더 없이 넓어 보인다는 이유일 것이다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남쪽의 동백은 피고 지고를 반복하다가
봄에 만개하여 늦게까지는 2월말에서 5월까지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너무나 당연하고도 엄격한 상식이니
우리 모두가 아는 상식이니라
동백꽃 선연한 아름다움에 흠뻑 젖으려면 
만개할 즈음이 되어 사람들은 먼 길을 찾아오기도 한단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동백 숲을 이루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많지는 않은 성싶다 
이유인 즉 슨 
숲 안으로 들어가려 하다 보니
위쪽에서 자라는 굴참나무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려 샇인 부토가
너무나 많이 쌓여 있어서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는 아쉬움이다
울창한 수목아래를 여유 있게 걸을 수 없는 것은 조금의 미련이자 아쉬움일레라
동백나무 숲으로 다가보면 동박새를 자주 보게 되는데 
참새보다 약간 큰 아주 작은 새로
깃털이 동백 잎을 닮은 초록빛을 약간 띄고 있는 새다
동백꽃만 찾아다니면서 꿀과 열매의 기름만을 먹고
꽃가루받이를 성사시켜주며 사는 것이야 
그들의 이치가 굳이 맞다면 
이것이 서로 도우며 산다는 상호간의 생존법이라 할 수 있겠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동백나무에는 동박새가 아닐까 
화려했던 꽃이 어느 순간에 툭 통째로 떨어져 
그 무상이 불법에 이르는 무상을 전해주는 듯 하다하여
절간에 어울리는 꽃으로 상징되기도 한단다 
나무는 제법 그 키가 장대한데 덩치에 비해 꽃송이가 너무나 앙증맞다 
처연하게 보이는 듯 낭자한 선혈이라 표현하겠지만 
반짝이는 듯 두터운 초록 잎들과 꽃들로 
상춘객들이 행복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그래서 동백나무는 진정 봄의 전령이 아닌가도 싶다 
봄을 더 가까이에서 찾고 보고 즐기기 위해서라면
미적미적 동백나무사이를 아니 또한
사스레피 나무를 배회하는 그것이리라 

'산행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산에서 (2월)---ㅇ  (0) 2019.06.27
여수 오동도에서 1 (2월)  (0) 2019.06.27
장산에서 2 (3월)  (0) 2019.06.27
지리산에서 2 (3월말)  (0) 2019.06.27
여수 애양원을 가다(6월초)  (0) 2019.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