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에서 (6월)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대통령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대통령 휴양지 즉 별장을 지었으면
좋겠다 하여 그의 뜻에 따라 1983년 6월에 착공을 하였다고 한다
청남대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 미천리에 소재 한다
59번 지방도로를 거슬러 다시 32번 지방도로를 우회하여
편도 1차선 도로를 타고 산 속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데
우편으로 대청댐이 시야에 들어오고
급기야 무소불위 청남대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
청남대란?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뜻이다
다시 말해서 제2 청와대란 말이다
역대 대통령의 여름휴가와 명절휴가 등
각종 회의 장소로도 사용이 되었다고 하니
일반인에게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변방이었다
수많은 군인들이 이 청남대를 철통같이 지킴으로
그들만의 공간으로만 활용이 되어 왔었는데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절에 이 청남대를 일반인에게
개방시킴으로써 오늘에 이른 것이라 한다
그를 두고 비밀 아지트 내지는 국가 기밀 보호구역
또는 국정 회의장이라고도 부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접근조차 어려운 곳이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누구나 이곳을 편리하게 방문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우선 청남대를 구경하기 전에
청남대를 에두르고 있는 양선산과 작두산을 경유하기로 했다
12시 정각에 산행을 시작 하였는데
이 두 산은 어쩐지 영 신통치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듯이
산길이 협길 이거니와 다듬어지지 않는 돌길이다
자칫 발을 잘 못 디딘다면 다칠 요소가 있는 험한 산이다
거기에다 산세도 별 자랑할 만한 곳이 못 된다
그저 평범한 산이다
왕복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소요 되는데
청남대라는 걸쭉한 이름과는 달리 큰 대조를 이룬 산이라 하겠다
이 산 밑에는 충청 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교정을 벗어나기 전 필자의 눈에 와 닿는 글귀와 사진이
가는 발길을 멈칫거리게 한다
다름아닌 충청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정치인에게 준
학위 수여식 전달 장면이 눈에 "확"들어온다
金大中 대통령에게 전달한 수여식 장면인데
교정밑 들어오는 발길 위에 커다랗게 걸려있는 모습이다
내려가는 발길은 마음의 여유를 즐기려는 삶의 터전처럼 보인다
배우고 익히는 역사와 함께 자연 친화적인 손길이 잘 정돈된
많은 나무들로 아름다움을 더 해 주는 교정이다
그리도 갈망했던 청남대 차례다
양선산과 작두산의 점수를 만회하려는 느낌일까
낙낙 장송을 비롯한 물오리나무와 아름답고 묵직한 잣나무가
서로 키재기를 하는 모습에 눈동자를 흐트릴 수가 없었다
430여 그루의 수목들이 하늘과 더불어 대청댐까지의
조화로운 짜집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즈넉하고 으슬으슬하며 어쩐지 무서운 마음도 든다
고삿길 인 양 꾸불꾸불한 길 모양에서 느끼는 건
그래도 나는 죄인의 몸으로 청와대에 끌려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필자는 일일대통령의 자격으로 이곳을 찾아왔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첩첩산중(疊疊山中)이지만
역사를 고발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에
담담함으로 이 곳에 들어선다
"이놈들아! 길 좀 비켜라 일일대통령이 나가신다"
천천히 미학을 즐기며 오늘은 한 번 대통령이 되어 볼 작정이다
안으로 들어선 일일 대통령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킾 포인트를 딱 어디라고 정하지 못하겠지만
그 꾸며진 하나하나가 비경이다
역사문화관과, 하늘정원, 호반산책로, 본관, 헬기장, 돌탑을 비롯해
오각정, 양어장, 골프장, 그늘집, 선박, 초가정이 그렇다
그 중 몇 군데를 글로 옮기기 위해
우선 역사박물관을 둘러보는데
역대대통령을 소개하는 초상화가 걸려있고
그들이 사용했던 책상 의자,각종 채반과 수정기를 비롯해
수랏상을 채릴 각종 부엌 기구가 그 하나같이 대작물들이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는 길은
목재데크, 황토길, 목교, 마사토길로 단장이 되어있고
길 좌우로는 산철쭉, 금랑화, 춘란, 비비추, 구절초, 애기원추리,
옥잠화, 노루오줌, 부처손, 매발톱꽃 등
그야말로 여러 해살이 풀과 꽃들이 지천을 이루고 있다
본관 2층에는 서재실, 거실, 가족실 등이 있고
루머가 있을 법 한 침실, 휴식공간과 회의장소,
리조트를 즐겼을 만 한 운동기구 들, 거기에다 편의시설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눈요기다
스톤타워(돌탑)도 인상적이다
5,800개의 돌로 탑을 쌓았는데
문의면 32개 마을 주민 수를 상징한 탑이란다
양어장에는 비단잉어, 향어 등 다양한 물고기가 있으며
먹이를 주고 노는 의자도 있다
또한 음악이 흐르고 그 음악에 맞춰 분수가 여러 모양으로
물을 뿜어대니 이 아름다움에 결코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길 좌우편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세월의 흐름과 권력의 무상함을 엿볼 수도 있었다
아무 대통령이 식수한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가는 자리 옆
또 아무 대통령이 식수한 나무는 가신님의 삶을
대신 하기라도 하는 듯 그 푸르름이 남달라 보였다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빼어난 조경들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 내기에 너무나 충분하다 할 것이다
동백나무를 비롯해 연산홍 삼나무 히말라야 등
수많은 세월을 넘은 수목들이 가지런하게 서있는 모습들,,,
환상이다 못해 천국 같은 분위기에 이른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다 기록하자니 지필묵이 동 나겠다
그래서 마지막 한 곳만 더 소개하고 다음으로 미룰 생각이다
내가 보는 것 중 가장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 초가정이다
딴 곳은 다 초현대식으로 건물을 아름답게 지어놨는데
왜 이곳은 보잘 것 없이 초라함이던가
국민의 정부초기에 초가집과 정자를 짓고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인 하의도에서 가져 온 농기구와
전통 생활 도구 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주변에 온갖 야생화단지와 울타리를 조성 하였는데
초라한 집과는 전혀 달리, 그래도 경관이 빼어나서
청남대에서 두번째로 손꼽힌 곳이라고 한단다
명예와 권력이 역사를 비켜서지를 못하였다
한 때 암울했던 시절로 인한 어두웠던 삶을
마치 보상이라도 하는 듯
환희와 감동으로 숨 쉬려는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닌가
오늘의 일탈을 보람으로 여기면서
일일대통령은 다음 대통령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2010년 6월
충북 청원군 청남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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