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취산에서 (7월)@
등산로 바위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따스하게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쉬고 있는 나에게
반갑다고 말동무를 청하는 듯
계곡물도 수다를 떨며 자꾸자꾸만 끼어들으려 한다
또한 끼어든 계곡물에 몸을 담그기라도 한다면
시름을 잊은 채 풍광명미에 젖게 된다고나할까
어찌 산새 지저귐이 무적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경상북도 성주에 있는 영취산은 별 볼품없는 작은 소맥 산이다
산행을 하기 전 우선 둘레 길을 눈가늠해 본복로 했다
원래 산행을 목적으로 찾아 온 곳이었지만
정작 와서 보니 경관이 빼어나 아름다움이 만연해 있음을 볼 수 있고
산행을 서두르지 않고도 잠시 구경거리에 도취될 수가 있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곳에서 "한 개" 라고 하는 마을을 접하게 되는데
어쩜 역사가 숨을 쉬고 있는 마을이라 하겠다
한개 마을의 너른 들을 푸르게 물들이는 논 밭길이
옴팡지며고 고즈넉함이 지형에 그려져 있는 곳라어서
곰살궂은 고향 냄새가 풍기는 포근함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개 마을은 이우(李友)라는 진주 목사가 맨 처음 이곳에 들어와 살았으며
그 이외도 이원조, 이진상의 유학자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계 등
여러 유명한 인물을 배출한 마을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여러 선비의 대갓집이 자리하고 있다
지방 민속자료 (43호)인 교리댁을 비롯해
하회댁(326호),월골댁(124호),도동댁(132호),북비고택(44호), 한주종택(45호) 등이 있어서
옛날 양반들이 반상을 따지며 거드름을 피던 때를 생각하면
미루어 짐작건대
연상하듯 옛날 그 시절들을 반추하여 본다 하겠다
어느 정도는 양옥집도 지어져 있으나
대부분 옛 집이며 보존이나 관리가 양호한집이 있는가하면
퇴락한 집도 있음을 볼 수 있다
경북 문화재자료 326호는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에 소재하며
진주 목사를 역임한 이우(李友)가 터를 잡은 한 개 마을 중심에 위치한
조선후기 양반 주택이라 한다
이우(李友)는 경북 하회마을에 사는 처자와 결혼을 하였고
그로 인하여 이 집을 하회댁 이라 불렀단다
영취산을 배경으로 백천과 이천을 바라보고 있으며
안채, 사랑채, 고방채 중 문채, 대문채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정면 일곱 칸과 측면 네 칸을 안채 중심으로 한 여러 모양에 이르게 하는 집들인데
덧붙이고 싶은 마을이름이라면
한, 은 크다는 말이고 개, 는 개울이나 나루를 의미한다고 한다
충분한 여흥을 즐기고 미학도 하며 넉넉하고 길다란 담장과
널다란 뜰을 유유자적 걸으며 살핀다면
대략 1시간 30분정도는 시간이 소요되겠다
이제 산행을 할 차례다
구경을 다 마치고 11시경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역사 공부도 공부라지만 이곳까지 와서 그래도 산 꾼인데
영취산을 오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첫 걸음은 언제나 막연한 법 그러나 시작이 반 이라는 말이 있질 않는가
갈림길도 코스도 알리는 표시목이 세워질 이유가 없어
그냥 외길을 오르는 산로를 잃어버릴 염려는 전혀 없을 것 같다
출발지에서 시작해 정상 밑으로 길을 오르면
어느새 "감응사" 라는 산사를 만나게 되는데
시간은 약 사십여 분정도 소요가 된 샘이다
감응사에서 윗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토사가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밟고 지나는 협길에
양탄자로 흙을 싸서 줄 곳 융단을 깔아 놓았다
걷는 내내 산사를 내리밟고 쳐다보며 윗길을 통과한다
그렇게 친절한 외길 표시목만 믿으며 게으름을 부리는 사이
먼저 올라간 일행들로부터 많은 거리를 두고 뒤처지기에 이르렀다
어차피 중간 길 위에서 서로가 다시 만나게 되고
둘레길이란 것도 느리게 에둘러가는 길이기에
일부러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간밤에 는 개비가 조금 뿌렸는지 흙길은 촉촉이 젖어 있다
땅이 몰씬 몰씬거리는 게
마치 하얀 속살 감추는 듯한 숫처녀 유방을 훔치는 기분이다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나무숲이 있다
나무숲 밑에서 한 무리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민생고를 해결하고 있다
돼지 한 마리를 잡아 바베큐로 먹을 시간이 오후 2시라면
기다리는 시간까지 시장기를 덜어야 한단다
산엔 꽃을 반기는 벌 나비의 기운이 돈다
그러나 그 기운을 뚫고 완연한 여름이 피어나고 있으니
진 록 이파리들이 하늘위에서 삐쭉거리며 고개를 세운 것이다
하늘이 참 더럽게나 맑고 아름답다
머리 위를 나는 새 한마리가 깃을 스치며 갈 길을 재촉할 즈음
샘물 한 바가지를 퍼마시고 정신을 추스린다
걸음을 옮기는데 그냥 걷는 것만은 아니다
산 숲으로 들어가서 나무이름 맞추기 공부도 하고
흔하지 않는 물에 만들어진 분지를 폴짝폴짝 뛰어넘으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한다
작은 산과 작은 마을은 왠지 새색시의 수줍음 같은
예쁜 이름처럼 다소곳하다 라고나 할까
어떤 일을 행할 때 아니 과시를 보고 급제(及第)를 바래보는 마음이라면
반드시 이 고을을 넘어야 하겠다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든다
겨드랑이를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원추꽃차례를 이루어 바람과 함께 어우러진 꽃의 내음은
영취산을 타고 그렇게 종일토록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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