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서예,실용 상식 2024.02.20
매화/ 누가 걸쳐 놓았을까가지 끝에 뚝뚝 흐르는 봄나비 떼처럼날아오르는 살냄새취한 듯 비틀거리는 바람은근슬쩍 한쪽 팔 밀어 넣자이리저리 몸 비트는 꽃잎들어쩔거나너마저도 어긋난 사랑인 것을서러운 봄날잔기침 소리에도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앓는 소리 무척 요란하다 목화(木花 詩) 2024.02.20
봄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그 자리에 막 구겨진 종이처럼 네가 서 있다 네 섰던 그 자리 콜록거리며 지나가는 바람 한 소절 바람이 훑고 간 텅 빈 자리 아직 겨울나무로 떨고 서 있는 너의 그림자 비에 씻기는 얼굴이 차갑게 느껴지는 밤 비라는 이름을 가진 낱낱의 몸짓들은 무너지는 천 개의 얼굴이던가 목 울대가 뻐근하도록 서럽다 괜찮아 그렇게 사는 거야 살다 보니 그러네 낯익은 너의 목소리 심장은 해일처럼 길길이 날뛰고 오늘 밤, 비는 내 품속에서 울었다 너를 만나고 싶어서 비는 내리고 그 자리엔 흐트러진 얼굴 하나 사무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제비와 참새 2024.02.19
새해가 밝았으니 하늘에서 번쩍 번개가 치듯나목에 회오리 한 번 스치듯달음질하던 시간들급하게도 가는구나 나이가 많아질수록세월은 더욱 빨리 간다고농 삼아 말하던 벗들이여이제 잊을 건 잊어버리고용서할 것 있다면 용서해야지 그리운 이들아한 번쯤 만나야겠어목숨이 떨어지기 전에더 미루지 말고,,, 만나고 사랑하는 일이그 무엇보다는 중요하다고내게 말했던 벗들이여눈길은 게슴츠레 그리웁게마음은 따뜻하고 온유하게 아름다운 남은 삶을오늘 세상 마지막이듯열심히 그렇게 살다 보면첫날의 환희와 기쁨이이 해의 새해에도우리 길을 밝히며비추어 주겠지... 습작실(習作室) 20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