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와 참새

봄비 오는 날

서문섭 2024. 2. 19. 17:08

비 오는 날 그 자리에

막 구겨진 종이처럼 네가 서 있다

 

네 섰던 그 자리 콜록거리며

지나가는 바람 한 소절

바람이 훑고 간 텅 빈 자리

아직 겨울나무로 떨고 서 있는

너의 그림자

 

비에 씻기는 얼굴이

차갑게 느껴지는 밤

비라는 이름을 가진

낱낱의 몸짓들은

무너지는 천 개의 얼굴이던가

 

목 울대가 뻐근하도록 서럽다

괜찮아 그렇게 사는 거야

살다 보니 그러네

낯익은 너의 목소리

심장은 해일처럼 길길이 날뛰고

오늘 밤,

비는 내 품속에서 울었다

 

너를 만나고 싶어서 비는 내리고

그 자리엔 흐트러진 얼굴 하나

사무치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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