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제풀에 지쳐갈 즈음
가을도 우리 곁을 지난다
햇살 머리에 이면
피부에 닿는 서늘한 바람에
잘 익은 가을냄새가 물씬하다
핥고 지나는 바람에서
낙엽 굴리는 소리 듣는다
가을 끝짜락 휘감는 소리
먼 발치에서
살점으로 떨어져 뒹군다
뿌연 먼지 속
갈색의 들풀로 흔들리는 쭉정이
아쉬움 수놓는 바람 한 자락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기에
재촉하지 않는 발걸음이
다소 넉넉하고 푸지다
살수록 모지러지는 삶이라면
얼마만큼의 아픔을
더 집어 삼키고 아파해야 할까
가을볕 황금 알처럼 쏟아지는
낙엽 바스라지는 호젓한 길에서
침묵이 홀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