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에 꺾인 목
낭자한 선혈
치렁한 잎 새 사이로
달랑달랑 위태로웁다
주저앉은 동백섬에
벌어지고 피고를 거듭하여
앞 다투는 듯 봄을 연다
무채색 겨울을 점령한 온기가
야금야금 예쁜 자태로 반기어
피면 아름다워 보기에 좋고
지면 봄을 부르기에 슬프지가 않다
떨어지는 꽃 서럽다 아니할까만
봄 기다리는 마음에는
서러움마저 반가운 일 아닌가
미끈미끈한 수피樹皮
꾸불꾸불한 수형樹形
멋을 짜깁기하여서 겨울의 백미다
봄이 서러워 통째로 낙화한
한 몽우리 손에 불끈 쥐고
누군가의 노래,
동백아가씨를 힘차게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