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편(修正篇)

동백

서문섭 2019. 11. 17. 09:37

꽃들도 절명의 끝에서라면
모가지 꺾어 바치는가
싸늘한 죽음 맨바닥에서
붉은 장례행렬이 이어진다
꽃 향에 멀미하는 오동도 동백섬
생의 마지막 페이지 여는
꽃상여 지나가는 봄날
긴 한숨처럼 뱉어낸 길에
끝없이 밟히는 꽃떨기들
목숨보다 더 붉은 사랑떨기
지레 떨치고 가는 흔적들을
차마 나 밟기 힘들겠더라
산산이 흩뿌려진 꽃길
발뒤꿈치 사푼 들어올려
두 발로 쩔룩쩔룩
깡창거려 딛으며 가니라
큰 울음 토하는 길
짤똑 짤똑이 걸으며 지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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