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한 음성/서문섭
그대는
귀기우려 들어본 적 있는가
실바람에 꽃잎 지는 소리
비바람에 흔들리는 들풀의 미명소리
누가 주파수 찾아 그 음성 듣고
누가 전자현미경으로 그 소리 볼까
영혼에 새겨놓은 작은 소리
한번 말하면 하늘 덮고
땅이 쪼개질까 숨겨두었네
작은 바람 뒤에 큰바람
큰비 앞에 이슬비로 하는 말
맑은소리만 들리는 내 귀는 넓어
다른 귀 열어보라 하네
내 가련한 영혼 깨어
고요히 눈감고 기울이면
바위처럼 기다리는 곳으로
시나브로 다가오는 소리소리
들어라
가난한 자에게 어둠속에 눈같이 내리는 만나
진토에서 백합처럼 무지렁이를 일으킨
세미한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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