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시(靈性詩)

포도는 푸르게 익는다

서문섭 2020. 1. 25. 11:06

늙고 메마른 줄기에서

세상을 연 알갱이

여름 한철 더위와 땀으로 푸르러

 

편편한 대지 위에서

깎아지른 절계지에서

산골짜기마다 지쳐 헐떡이는 잎새들

노란 혓바닥 내밀 무렵

 

푸른 눈

하늘 닿아 영글었다

 

밤이 되면 영혼은 꿈꾸고

가슴에 별을 품었으니

또다시 봄은 아득하여

노쇠한 분신 한 줌 흙으로 흩날려도

켜켜이 쌓인 이야기 서러워하지 않으리

 

비바람에도 하늘에 걸어둔 목숨 줄

거꾸로 매달려도

포도는 푸르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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