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시(靈性詩)

나를 빚으소서

서문섭 2019. 11. 29. 22:24

 

 

나는 당신 손에 한 덩이 진흙

당신 뜻대로 빚으소서

깨어지기 쉬운 천한 옹기

물밖에 담을 수 없는 항아리지만

아름다운 꽃 품고 있는

당신 곁에서 웃고 있는 꽃병을

결코 부러워하지 않겠습니다

천년의 향유를 담은

진기한 옥합으로 태어나지 못해도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주여

나의 모난 것 깎아주소서

아직 거칠어 매끄럽지 못하니

긍휼의 손길로 어루만지소서

당신의 궁전 중앙에 빛나는

화려한 불빛 아니어도

뒤란 어두운 골 홀로 비추는

작은 호롱이라도 빚어

당신의 기름 가득 채워

환한 빛 밝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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