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 손에 한 덩이 진흙
당신 뜻대로 빚으소서
깨어지기 쉬운 천한 옹기
물밖에 담을 수 없는 항아리지만
아름다운 꽃 품고 있는
당신 곁에서 웃고 있는 꽃병을
결코 부러워하지 않겠습니다
천년의 향유를 담은
진기한 옥합으로 태어나지 못해도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주여
나의 모난 것 깎아주소서
아직 거칠어 매끄럽지 못하니
긍휼의 손길로 어루만지소서
당신의 궁전 중앙에 빛나는
화려한 불빛 아니어도
뒤란 어두운 골 홀로 비추는
작은 호롱이라도 빚어
당신의 기름 가득 채워
환한 빛 밝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