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유난히도 온화한 까닭이었는지,
벌써 개나리와 매화의 화신도 심상찮다
이 꽃들의 들썩임도 선발대에 인사를 하고 나서 와도 올 것이다
겨울과 봄의 인수인계를 제대로 한 화신이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복수초가 아닐까 싶은데 말다
눈 속에서 복수초 만큼은 봄을 일찍이 느끼는 듯
기온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대표적 봄의 전령인 셈이다
나무그늘이나 후미진 곳에서 동장군을 온 몸으로 견뎌내고
노란색 꽃을 대지위로 밀어 올리는 복수초야말로
보는 이로 하여금 환성을 자아 내는듯한 눈의 백미라 할 것이다
엊그제 오후 언제이든가
모처럼의 시간을 내어 별 그리 높지 않은 산을 탈 기회가 있었다
성미 급한 꽃이라 발싸심 바쁘게 눈 속에서 자태를 뽐내는 꽃이거늘
차라리 겨울을 버리고 싶은 따사로움에선지 우듬지가 벌써 쑤~욱 올랐다
입춘이 코앞인데다 이미 봄기운은 남녘의 산언저리에 깊숙이 스미어
동토를 녹이는 양수로 와 닿는 듯한 모습이다
복수라는 글이 어감상 그렇다 할 수 있겠지만 엄밀히 해석해 보면
꽃은 복수福壽의 뜻을 지녀 수복강녕을 의미 한다고 해석된다
다름 아닌 일제강점기 때 일본식으로 지은 이름이라서 그랬지
만약 우리나라 방식으로 이름을 지었다면 다분히 수복강녕초라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이를 부르기도 한다는데
다름 아닌 음새꽃이란다
그 이유인 즉슨,
얼음 속에서나 눈 속에서 핀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음지에서 핀다는 뜻이 아닐까?
복수초는 이처럼 우리 산하의 계절알림이로
봄맞이 준비를 알려주는 꽃이 분명하다
꽃이 피는 시기가 입춘하고 거의 맞물려 피는 꽃이라
계절감지는 물론 한해농사를 지어야하는 농사꾼으로서도
기경을 해야만 하는 시기로 알고 해서 알림이의 화신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이제 복수초를 선두로 진달래나 개나리꽃 그리고
노루귀와 생강나무꽃 같은 봄의 화신들이 줄지어 피어날 일일 것이다
갖가지 봄꽃들이 대지를 아름답게 수놓을 봄날에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일어서는 봄꽃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적잖은 희망과 소망의 힘으로 피어오르는 듯한
마음의 봄이라 여기고 싶어진다
꽃들의 생존과 희망의 에너지는
올 한 해에도 우리들에게 힘 있는 기운이 되기에 넉넉하겠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많이 시끄럽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땜에 움츠려진 몸과 마음에
봄소식과 함께 빠른 치유와 쾌유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복수초의 메시지가 입춘 앞에 더 새롭게 느껴진다
2020년 2월
문텐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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