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구례 산동마을에서 3월

서문섭 2022. 6. 11. 21:27

봄이면 화류동풍花柳東風 벗 삼아 꽃놀이에 들뜨고

아름다운 깊이에 빠져 침묵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야는 운치를 일깨우게 됨을 보게된다

일상의 옷을 벗어버리듯

오늘은 산수유를 마중하기로 했다

섬진강 주변은 이미 봄으로 완연하였다

바다를 향해 구비 구비 달려온 물길이 마지막 숨을 고르는 곳

어디서부터 시작된 물줄기일까

가느다란 실개천들이 만나 또한 샛강이 되고

산골짜기로부터 시작된 작은 물줄기는

그러듯 큰 강을 이루며 유유히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봄은 이와는 반대로 바다에서 시작이 되어

강을 거슬러 산 능선을 따라 오르며

노랗게 파랗게 북상을 하게 되는 모양새다

앙증맞도록 샛노란 꽃잎들이 온 들과 산을 물들여 놓은 곳

이럴 때 만복대에 잔설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노오란 색의 산수유 꽃잎은 더더욱 빛을 발했을 것인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산수유는

지리산 자락과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양

서로간의 조화를 너무나 잘 이루고 있었다

섬진강을 뒤로하고 지리산 만복대 밑으로 깊숙이 자리한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 약간은

봄의 기온 차가 아랫마을보다는 늦어지다 보니

매년 삼월 중순이 지나고 나서야 만개의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올해는 3월 18일에서 26일까지를 축제일로 잡았는데

필자가 이곳을 찾은 오늘이 양력으로 3월25일 오후 시간이다

축제의 마지막 전 날이라 마음이 급했지만

천지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주신 조화옹께

아침 일찍이 제사를 드리고 발싸심도 바쁘게 급히 찾아 나섰다

30여 호의 동네가 온통 피카소의 한 폭 추상화 인 양

마치 노오란 물감으로 색칠을 해 놓은 것 같았다

상동면 상위마을은 우리나라에서의 산수유로 최대 군락지이다

이곳을 통틀어 산수유 마을이라고 부르는 게 다 그런 이유에서다

여기인들 저기인들 산수유 일색이다

산유정 이라는 정자에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니

이 풍경 또한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온천 단지를 포인트로 산재한 마을 전부가 온통 노오랑 빛이다

산수유가 이곳에서 군락을 이루는 결정적인 이유는

쾌적한 기온과 환경 때문이란다

지금이사 봄이라 그렇다지만

추운 겨울날에도 계곡의 맑은 물은

구석구석 도랑을 찾아 얼지 않고 흘러내린다고 말들을 한다

옴팡진 지리적 여건 탓으로 물이 잘 얼지 않고

기온 변화가 느린, 그렇다고 포근한 겨울도 아니라면

글쎄 그런 말이 이유가 될 런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정감어린 풍경이며 인심까지 넉넉하다 하니

어찌 꽃이 없는 겨울이라 한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곳 산동면의 산수유 주문량은 전국의 약제 생산량의 약 7~80 퍼센트 가량이란다

매년 개화 시기가 약간은 유동성이 있으나

대개 3월 중순 이후부터 산수유축제가 열리게 되는데

올해가 그 18회째가 되는 해 라고 한다

오늘이 바로 축제가 마무리 되는 전 날인데

온천 관광단지 광장 축제의 마지막 장도 마련 되였다

산수유 꽃씨를 풍선에 담아 바람에 날리는 행사를 비롯해

그네뛰기와 활쏘기 또한 산수유 꽃 두부 전 먹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다

많고 많음이 산수유 꽃이나 사람들의 수도 인산인해다

꽃마차를 타며 포~옴을 내는 사람

춤추고 노래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

추억이 묻어나는 옛 물건에서부터 초현대식 물건들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모든 있다할 것들로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이토록 섬진강의 봄은 산수유로 시작이 되고

그 꽃으로 인해 한바탕 몸살을 치르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섬진강 물결 따라 쉬엄쉬엄 오르는 봄기운은

지리산 자락과 능선을 자분 자분이 점령해 들것이다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곳마다 꽃이나

한적한 강변에도 이따금씩 속살을 들추어낸 꽃들이

시야에 쏘~옥 쏘~옥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어떤 꽃이라 한들 저 산수유 같지 않다며 말할 수 있으랴

봄의 향연은 그렇게 시작이 되고 깊이 물들어간다

겨우 내내 푸석거렸던 메마른 우리들의 마음에다

노오란 색 노오랑 빛으로 다가와 촉촉이 적시어 주며 말이다

산수유가 명물이라면 먹거리 중에도 명물은 또 있게 마련이다

다름 아닌 산채 비빔밥인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를 않는가

후딱후딱 비우는 산채 비빔밥 한 그릇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이 맛을 감히 어떻게 무슨 말로 표현해 볼까

꽃을 활짝 피우는 봄

바쁜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어 여유를 즐겨보는

바로 이 맛이여~

2017년 3월25일

구례산동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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