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바다 속을 헤매며
마음껏 활보하던 물고기들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
한치 앞을 모르고 눈만 껌벅이며
지느러미로 노를 젓고 있다
광어 도다리 참돔 농어
개상어 바닷장어 우럭
가오리 쥐치 게르치 감성돔
온갖 횟감들이 파닥거린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포 칼로
쪽진 머리칼의 횟집 아줌마는
정연하게 또박또박 글자를 새기듯
세월의 질긴 내장을 긁어내고
화풀이하듯 칼을 휘두른다
입에서 녹아내린 바다의 전사들
싱싱한 대낮에 별빛이 감돈다
미포항 온갖 물고기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마지막 날의 희생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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