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실(習作室)

시화전/동백시화전

서문섭 2021. 6. 5. 11:57

저녁노을

검붉은 바다가 태양을 삼키는

노을 비낀 저 하늘 보거라

조각달 유유히 거닐어

낮인지 저녁인지 구분할 수 없구나

 

저문 햇살 머리에다 이고

달빛 취한 소슬바람에

흔들리어 저민 이 황혼

어느 세월이 놓고 간 아픔인가

 

중년을 넘어버린 세월

뉘엿뉘엿 날 보라는 해넘이 같은

저물어지는 길잃은 생의 길목

고뇌에 찬 삶이란 게

형체 없는 바람만 휙휙 불어

나를 외롭게 흔들며 지난다

섬과 바다

어릴 적

아버지 손에 부추겨 올라탔던 철부선

마음속에 피어나는 아지랑이다

멀리 두고 바라보는 곳

그 자리에 다리가 놓였구나

빠르고 편리한 게 미덕이래도

섬은 섬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은

어쩜 나의 욕심이 아닐까

모든 게 변하고 또 변해도

고즈넉한 섬마을 풍경이야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억겁 지나온 바다

어지간한 바람과 파도에도

끄덕하지 않는 방파제

지친 삶 지탱하는

우리가 꿈꾸고 신음하는 곳

맑은 숨 불어넣는 물길 따라

내 꿈이 펼쳐지길 바랄 뿐이다

불꽃축제 2021년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건네받은 순간
하늘 향해 손짓하는
타오른 불빛이 행여 그 빛일까
날것그대로의 순수한 아름다움
제 몸 태우는 *비장미
혓바닥 날름거리는
불의 뜨거움도 알기 전
아름다움에 취해손 내밀다가
화들짝 놀랬을 거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인들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하여
화무십일홍이라던데
밤하늘의 불꽃이야
더 말해 뭘 할 것인고
피어오르는 절정의 순간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유한한 시간이 아름다움인 양
예술의 형태로 활활 타고 있다

*슬픔과 함께 숭고함이 곁들인 아름다움

동백꽃

늦겨울 석양 녘

붉게 내려앉은 낭자한 선혈,

떠나버린 사랑에 그리워하며

피 토하듯 찾아 헤매는가

그리움에 지친

선홍빛 침묵으로 아파하며

진하고 달콤한 향기 토한

소녀의 초경처럼

막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속삭임이

용케 찾아든 시간 속에서

바람에게 겁탈당한 사랑에 울며

그렁그렁 맺힌 핏방울 뿌리며

붉은 향음 온 숲에 퍼져오는지

작은 것 하나 더 피워 한 쌍 이루고

밤새 비벼대고 속삭이던 애틋한 사랑

뭐가 그리 바쁘게 떠나려 했을까

떨어지는 아픔 가슴에 담아

석양은 들판을 어둠으로 물들여도

동백은 추억이 되어

애틋함,

뜨거움으로 타오른다

노을빛바다

노을 젖은 수평선에

남겨진 것 하고는

아직 뜨거운 사랑

그리고 정

금빛 휘황찬란한 시간의 무게가

파리하게 스러져간

안타까운 시간

몇 번을 반복하며

너는 또다시 일어나는가

너처럼 살겠다는 욕심이 울컥

얼마나 간절함이 있어야 가능할까

얼마나 사정해야 그 꿈 이룰까

문신처럼 일그러진 생채기

남겨진 것은 뒤란 되어

가만가만히 사위어가는

잊혀진 세월

네가 뒹굴며

나의 죽음을 부르는가

해운대 바다

큰 가슴은 떨어지는 폭포가 없다

옹색한 골짜기를 가르며

간드러진 산산山蒜을 흔드는 일도 없다

강물은 산과 들을지나

서러운 날을 담아 바다에 보낸다

고요한 평화로 받아들이는

온유한 몸짓을 우리는 바다라 부른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아

마음의 짐 내려놓고 가라

스스럼없이 안아 줄 것이다

테크로 놓인 갈맷길도 걸어 보라

손에 손잡고 동행할 것이다

 

동백꽃 한 송이로 피어오르는 노을

그 붉은 심장에

풍진 세상 온전히 풀어놓고 가라,

그리고 노래하라

희망은 그대 것이니.

해운대 백사장

어쩔 땐

아담과 이브

피조물의

파라다이스

 

열없고 화려한 

모두가 스타가 되는

 

일 년 내 내

삼백육십오일

가슴 설레고

황홀한 곳

해운대 해수욕장 2

물 맞는 재미가 와르르르

바글거리는 낭만을 찾는다

물살이 하늘로 솟구치다가

땅으로 곤두박질

꿈틀거리는 변화와 젊음은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에서

더더욱 용솟음을 치는가

철석거리는 파도소리에

수많은 인파 아우르고

깔때기모양 파라솔 밑에선

바가지소리가 죽살이를 건다

벗어던진 옷가지 속

흘낏흘낏 시야가 흐려지고

갖가지 패션에 얼굴이 뜨겁다

화려하게 비치는 비키니물결

즐거운 일탈과 함께

낭만을 부르는 곳

 

시간이 놀아나는 신나는 하루

섹시모드가 아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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