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에 꿀 탐하다
갈 길을 잃었고
신발 벗어둔 채
길 죽어 묻힌 곳으로 갑니다
히죽해죽 헤픈 웃음을 흘리며
헝클어진 꽃 속
유혹을 탐한 여인이 와
내게 물었습니다
꽃필 때면 분주하지 않더냐
꽃지면 까닭 없이 오는 슬픔을
어떻게 짓눌러 버릴 수 있었더냐
봄이 오기 전 절반은 육각집에서
꿀잠을 잔다고 했지요
그녀는 내일도
꽃길을 걸어가야 한다며
어느 꽃그늘을 지나왔는지
꽃가루 묻어온 맨발을 보며
언제 집을 나왔는지도 모른
초라한 등짐에
시든 개꽃 업혀 칭얼거리고
길 위에서 맨발로
봄 하루를 허우적입니다
척촉에 젖지 않은
머리 푼 꽃잎들 사이에서
허기진 꽃밥을 주워 먹으며
사랑도 벗어던지는 남루
그녀를 버린 봄 길 위에서
길 잠이나 청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