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木花 詩)

척촉의 유혹

서문섭 2022. 3. 2. 14:47

꽃 속에 꿀 탐하다

갈 길을 잃었고

신발 벗어둔 채

길 죽어 묻힌 곳으로 갑니다

 

히죽해죽 헤픈 웃음을 흘리며

헝클어진 꽃 속

유혹을 탐한 여인이 와

내게 물었습니다

 

꽃필 때면 분주하지 않더냐

꽃지면 까닭 없이 오는 슬픔을

어떻게 짓눌러 버릴 수 있었더냐

 

봄이 오기 전 절반은 육각집에서

꿀잠을 잔다고 했지요

 

그녀는 내일도

꽃길을 걸어가야 한다며

어느 꽃그늘을 지나왔는지

꽃가루 묻어온 맨발을 보며

언제 집을 나왔는지도 모른

초라한 등짐에

시든 개꽃 업혀 칭얼거리고

길 위에서 맨발로

봄 하루를 허우적입니다

 

척촉에 젖지 않은 

머리 푼 꽃잎들 사이에서

허기진 꽃밥을 주워 먹으며

사랑도 벗어던지는 남루

그녀를 버린 봄 길 위에서

길 잠이나 청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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