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다
독하고 악하다
너무 잔인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그 뒤엔 항상 사람이 있다
도저히 사람이 한 짓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할 일 같아도
결국은 그 뒤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보다
오히려 더 여리고
더 보잘것 없고
초라한 사람이 거기 있어
분노하고 저주하다가도
그의 메마른 눈빛과
일그러진 미소 속에
피조물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과 부족함을 엿본다
결국은 그도 불쌍한 영혼
세상에서 학대받은 아픔으로
가슴에 불도장을 찍은
가여운 한 마리 어린 생명
불완전한 피조물이다
불완전한 피조물들이
함께 만들어 낸
세상적 슬픔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지으신
조물주의 품속에선
한 마리 벌레나
한 톨 티끌도 다르지 않은
똑같이 사랑하는
어린 자식들이 아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