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시(靈性詩)

피조물이란 게

서문섭 2022. 6. 15. 06:33

밉다

독하고 악하다

너무 잔인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그 뒤엔 항상 사람이 있다

도저히 사람이 한 짓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할 일 같아도

결국은 그 뒤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보다

오히려 더 여리고

더 보잘것 없고

초라한 사람이 거기 있어

분노하고 저주하다가도

그의 메마른 눈빛과

일그러진 미소 속에

피조물의 어쩔 수 없는

나약함과 부족함을 엿본다

결국은 그도 불쌍한 영혼

세상에서 학대받은 아픔으로

가슴에 불도장을 찍은

가여운 한 마리 어린 생명

불완전한 피조물이다

불완전한 피조물들이

함께 만들어 낸

세상적 슬픔인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지으신

조물주의 품속에선

한 마리 벌레나

한 톨 티끌도 다르지 않은

똑같이 사랑하는

어린 자식들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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